[북방경제협력ㅣ9-브릿지 사업진단 ③] 중·러 관계, '오랜숙성 거친 밀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3 08:22

▲(자료=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북방경제연구소 안성규 소장] 한국의 북방경영이 중국에 뒤지는 것은 양국 대러 관계의 질이 수준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중러 관계는 오랜 숙성 단계를 거쳤다. 옛 소련 붕괴 뒤 서방에 실망한 러시아는 일찌감치 중국으로 방향을 돌렸다. 양국 정상이 교차 방문하면서 1994년 두 나라는 ‘21세기 건설적 동반자 관계’, 96년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됐다.

그 해 12월 러시아는 중국에 첨단 전투기 Su-27의 판매를 승인했고 97년 양국은 국경 지역 군사력 감축에도 서명했다. 양국은 2001년 ‘선린 이웃 관계 및 우호협력 조약’에 서명했다. 2004년 9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러 시 양국은 경제·에너지 협력에 합의했으며 10월 푸틴의 중국 방문시 국경 문제가 완전 타결됐다.

교역도 2000년 80억 달러에서 2004년 212억 달러로 늘었고 1700km의 송유관 건설도 검토에 들어갔다. 2005년엔 ‘21세기 신질서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 국제외교에서 한 배를 탔다. 그 해 8월 첫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 양국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정치·경제·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행동 계획’도 합의했다.

2009년 이래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 러시아는 중국의 7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2011년 양국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됐다. 2014년 양국은 4000억 달러 규모의 가스 공급에 합의했다. 무역 규모도 2020년까지 2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2013년 3월∼2015년 월 1회 꼴로 회동할 만큼 두터운 시진핑 주석과 푸틴의 신뢰도 가속되는 밀월에 기여한다. 한-러는 형식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러-중의 96년 수준이지만 그나마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양국의 밀월은 기본적으로 서방에 대한 반동에서 비롯된 것이며, 러시아가 중국의 ‘황화’를 우려해 거리를 두고, 합의는 많아도 실천은 더딜 뿐 아니라, 결정적으론 동맹이 되길 꺼린다는 점에서 ‘겉만 화려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북방 경영에서 중국은 선두에 있다. 중국의 넓은 북방 그물에서 틈을 찾아내고 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게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과제다. 

안성규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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