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철강규제, 우방에서 한국만 빼고 53% 핀셋 부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8 16:07

▲미 상무부과 백악관에 보고한 한국 등의 제제가 담긴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 (사진=미 상무부 홈페이지 캡쳐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캐나다·독일 등의 전통우방을 제외하고 한국·중국 등 12개국에 53%의 높은 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전통 한미동맹관계를 내세우며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온 터라, 미국의 결정에 단순한 경제논리 이상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과도한 철강 수입으로 인한 미국 철강산업의 쇠퇴가 "미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해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 상무부는 국방은 물론 국가 핵심기반시설 유지에 필요한 철강을 자국에서 생산하려면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미국 철강산업이 필요하다"며 철강산업 경쟁력을 위해 2011~16년 평균 74%에 그친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무부는 철강 수입을 2017년 대비 37% 줄이면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한 3가지 수입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상무부는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를 설정하거나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는 2017년 수준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상무부는 보고서에서 12개 국가에 대한 선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한 상위 20개 국가는 2017년 기준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러시아, 터키, 일본, 독일, 대만, 인도, 중국, 베트남,네덜란드, 이탈리아, 태국, 스페인, 영국, 남아공, 스웨덴, 아랍에미리트(UAE) 순이다.

캐나다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데도 12개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고 미국의 이웃인 멕시코와 전통적 우방국인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 대부분 제외됐다. 전통적인 우방국가이면서 대미수출율이 높은 국가들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다.

이와 관련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12개 국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들 국가의 최근 몇 년간 생산능력 확장 속도,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성격, 환적 여부 등 여러 요인을 분석했다고 설명하고 특히 대미 수출 증가율이 "핵심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위 20개국의 2017년 대미 수출 증가율(2011년 대비)은 베트남 506%, 태국 478%, UAE 358%, 터키 238%, 남아공 185%, 러시아 146%, 대만 113%, 스페인 106%, 이탈리아 86%, 브라질 66%, 한국 42%, 독일 40%, 멕시코 24%, 인도 16%, 네덜란드 14%, 스웨덴 12%, 캐나다 5%, 일본 -2%, 영국 -11%, 중국 -31%다.

하지만, 우리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등이 12개 제제국가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맹관계보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것" 이라며 "대미 수출이 많으면서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하지만 당혹해하고 있다.

실제 보고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고질적인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을 미국 경제를 약화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철강 수입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232조 조사 과정에서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미국에 덤핑한다고 주장한 점도 상무부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같은 분석도 곁가지라는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미통상 마찰을 비롯해 북핵에 대한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의 견해차이와 외교문제 등이 동시에 불거진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 상무부의 경제 안보 보고서는 경제부처 공무원이 작성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백악관 안보실과 국방부 관계자, 경제학자들이 참가하는 종합보고서"이라며 "단순한 경제논리 보다 그 이상의 작용하는 보고서임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이번 미 상무부의 보고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 놓지 않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한미외교문제로 전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가 제안한 3가지 수입규제 중 어떤 방안을 적용할지 최종 결정한다. 우리정부는 최종 결정전까지 최대한 미국을 설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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