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석유·가스 비켜"...신재생에너지 항로 ‘高수익률’에 쾌속 운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9 09:51

18개월새 화석연료株보다 2배↑...석유·가스 불안감에 투자자 환승
유가상승 재생에너지 수요 부추겨...
전세계 연기금도 투자 기준 추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인 200대 신재생 기업의 수익률이 지난 1년 반 동안 32.1%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S&P 글로벌 에너지 지수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의 수익률은 절반 수준인 15.7%에 머물렀다. (사진=픽사베이)



깨끗하고 윤리적이지만 돈 안되는 에너지. 재생에너지에 대해 흔히 갖는 편견이다. 그러나 최근 18개월 사이 전세계 상위 200개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주식 수익률 면에서도 화석연료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소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비영리 단체 ‘애즈 유 소유’(As You Sow-뿌린대로 거둔다)와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투자 리서치 및 미디어 그룹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섹터 투자자들이 석유 가스에 투자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 재생에너지株 수익률, 화석연료 기업 대비 '두 배'

▲2016년 7월~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기업 주가변동 추이. (자료=에너지경제신문)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인 200대 신재생 기업의 수익률이 지난 1년 반 동안 32.1%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S&P 글로벌 에너지 지수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의 수익률은 절반 수준인 15.7%에 머물렀다.

200대 신재생 기업은 전세계 29개국에 퍼져 있으며, 재생에너지로부터 연간 약 363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면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위 5대 기업은 △세계 최대 풍력터번 발전업체인 독일 지멘스,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기업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스위스 전력기업 Abb Ltd-Reg, △일본의 파나소닉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정부 지원책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이뤄지지만,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이 재생에너지로부터 더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때 변화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며 수익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국제유가 40% 올랐는데…수익률은 재생에너지 ‘win’

사실 재생에너지 주식의 상승률이 화석연료 기업을 제친 것은 상당 부분 원유시장의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다. 석유기업들은 2014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최악의 저유가에 수익이 반토막 나고 파산 위험에 처하는 등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연구를 진행한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은 유가가 반등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코퍼레이트 나이츠의 토비 힙스 최고경영자(CEO)이자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토비 힙스는 오일프라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우리가 연구를 수행한 시기 40%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유가 시기라 석유가스 기업의 실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기업의 실적이 높게 나타났다기보다는, 유가가 40% 반등했음에도 200대 신재생 기업의 상승률이 화석연료 주식을 아웃퍼폼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퇴양난’ 석유업계…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불가피


보고서는 석유 가스 주식의 전망이 나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았다.

애즈 유 소우의 CEO이자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앤드류 베하는 오일프라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 운송수단만 판매할 것이라 공언한 수많은 자동차 기업과 국가들의 목록을 보라"며 "이는 상품과 기술의 대결에서 결국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베하 CEO는 석유기업들이 업계 내부적으로 처한 곤경에 대해서도 짚었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면서 도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로 접어들면서 진퇴양난(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석유가스 산업은 어떻게든 질 수밖에 없는 상황(lose-lose situation)에 놓였다"며 "유가가 올라가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반대로 유가가 내려갈 경우 관련 기업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업계의 거대한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베하의 입장이다.


◇ 석유가스 투자 줄이는 시장 큰손들…자산 가치 급감 우려

점점 더 많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시대 종말에 주목하고 있다. 자산 1조 달러(한화 1079조 원)의 세계 최대 규모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발표 당시 순수한 기후변화 논쟁 대신, 유가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그리고 화석연료 자산 가치의 하락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언급했다.

이외에도 경고 표시들은 쏟아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을 2019년 이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투자지표들이 지난 5년 동안 화석연료 주식에 대한 노출을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세계 연금기금들은 재생에너지와 환경 지표를 투자 기준으로 추가하고 있으며, 보험사들과 재보험사들 역시 화석연료에 대해 더욱 면밀히 조사 중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석유가스 섹터의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주주의 요구에 굴복한 엑손모빌(ExxonMobil)을 비롯한 대형 석유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엑손모빌 측은 ‘석유가스 매장량을 예정대로 다 생산할 것’이라며 피크 수요와 기후변화 규제 강화에 따른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예기치 못하게 피크 수요가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며, 막연한 불안감에 머물던 피크 수요가 현실실화될 경우 석유·가스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화석연료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원유 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든다면, 석유 가스 자산의 가치는 현재 수준의 절반 혹은 그 이하로 급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 다가오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

다만, 원유 수요가 실제 피크에 달하는 시기보다 훨씬 이전에 자산 재평가가 이뤄질 위험이 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시대가 지금 당장 끝날 것이라 보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100년 이상 성장세를 지속해 온 화석연료 시장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화석연료 기업 주식이 재생에너지 기업 대비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 저자들의 주장이다. 설령 석유·가스의 장기적 위협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최근 관련 섹터의 수익률은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정확히 반영한다.

힙스 CEO는 "지난 1년 반 사이 국제유가는 40% 이상 올랐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관련주는 화석연료 대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주가 화석연료 섹터보다 언제나 상승률이 높은 것은 아니겠지만, 화석연료 가격(천연가스, 석유)이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킬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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