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개편 원점 회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5.21 17:48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합병 전격 철회...29일 주총 취소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계획을 전면 철회함에 따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21일 현대차그룹은 긴급 공시를 통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된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이 안을 보완·개선해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지난 3월 말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발표 이후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위층의 강력한 정면돌파 의지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양사간 합병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이후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 자문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찬성’ 권고를 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들 두 곳 외에는 추가적인 원군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주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잇따라 반대 권고를 내면서 지분 약 48%를 가진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반대표를 결집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결정타는 국민연금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 의견이었다.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 의견에 가세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자문계약을 맺고 있는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9.82%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번 개편안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은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정몽구 회장(6.96%)과 기아차(16.88%) 등 오너일가의 우호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17%에 불과한 지배구조에서 2대주주의 찬성을 확신하지 못하자 미뤘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 임영득 사장은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 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됐다"며 "글로벌 기업경쟁력 및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견을 냈다가 곤욕을 치른 국민연금 입장에서 자문사 반대를 무릅쓰고 찬성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도 정공법을 내세워 표대결을 강행했다 무산되는 경우 보다는 주주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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