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매도 리포트에 휘청거리는 韓주식…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09 16:08

▲(사진=연합)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국내 대장주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외국계 증권서 보고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뿐더러, 국내 증권사에 비해 거침없이 ‘매도’ 의견을 내는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이 국내 증권사의 그것과 괴리가 너무 커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거나, 매도 의견으로 공매도 수익을 내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모건스탠리에서 내놓은 ‘가장 인기 없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6일 주가는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하며 5개월 만에 처음으로 8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 션 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이끌었던 성장 이슈에 대한 전망치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은 서버 디램 수급과 디램 성장세가 둔화되고, 낸드 공급 과잉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의견은 ‘비중 축소’, 목표가는 7만1000원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SK하이닉스의 업황 둔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초에는 호텔신라가 주가가 출렁였다. 당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호텔신라에 대해 "업종 경쟁이 심화돼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도 14만4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낮췄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 국내 증권사들은 호텔신라의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는 보고서를 내고, 목표가도 상향 조정했으나 주가는 11% 넘게 하락했다.

올해 초에는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이 파라다이스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인 1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주가가 이틀간 13% 하락했다. 셀트리온도 도이치뱅크가 ‘매도’ 의견을 내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10% 추락했다.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보고서 속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과감한 ‘매도’ 보고서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에 외국인투자자들이 영향을 받는 부분도 크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이와 별개로 객관적인 의견을 낸다고 보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증권사가 발간한 총 8346개의 기업분석 보고서 중 ‘매수’ 비중은 82%,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아예 투자의견을 내지 않거나, 중립의견, 목표주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에둘러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문제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사실상 공매도가 불가능한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과도한 의견 제시로 시장을 흔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과는 괴리가 커 과연 믿을 수 있느지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해 7월 CLSA는 삼성SDS에 대해 실적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비싸다며 당시 주가의 반토막 수준인 10만원에 목표가를 제시했다. 당시 삼성SDS 주가는 9% 급락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현재 22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당시 9%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12%까지 올랐다. 도이치뱅크에 직격탄을 맞았던 셀트리온도 그해 3월 장중 39만원까지 올랐으며, 현재 27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당시 도이치뱅크이 제시한 셀트리온 목표주가는 8만7200원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매도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외국계 증권사가 해당 종목에 매도 보고서를 내고 주가 하락을 유도해 차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실제 1월 18일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의 매도 보고서를 낸 이튿날 회사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311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두 배 늘었으며, 호텔신라도 매도 리포트가 나온 7월9일 공매도 대금은 약 150억원으로 전 거래일(10억원) 대비 15배 많았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증권사마다 실적이나 업황에 대한 전망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다수 증권사와 달리 리스크 요인을 과도하게 보거나, 매도를 낼 만한 수준이 아닌데도 매도를 내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외국계 증권사 의견에 따르기 보단 투자자 입장에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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