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전환-유럽에서 답 찾다] 獨, 신재생으로 36% 전력생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13 07:34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은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에서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원자력과 화력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대부분 비싼 발전비용과 부족한 전력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유럽의 독일과 덴마크이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에 성공한 나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독일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신재생에너지로 총 에너지 생산량의 36.3%를 발전하고 있다. 석탄발전 비중(35.1%)을 넘어선 수치이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있어 성공적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독일과 덴마크의 성공 배경은 무엇일까. 에너지경제신문은 독일과 덴마크 현장르포를 통해 에너지전환 현재를 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유럽에서 답 찾다’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독일 가정지붕 태양광패널

▲독일의 한 주택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사진=송두리 기자)


[프랑크푸르트(독일)=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달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는 길.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것은 창문 바깥으로 드문 드문 보이는 주택들 지붕 위에서 햇볕을 받아들이고 있는 태양광 패널들이다. 지붕이 바로 보이는 2∼3층의 저층 건물에 넓어 보이지 않는 단독주택들이 대부분이었다. 짙은 파란색의 태양광 패널이 지붕 전체 또는 일부분을 차지하면서 독일 각 가정에서 스스로 전기를 만들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멀리 하늘을 향해 길게 쭉 뻗은 풍력 터빈들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현지 한 주민은 "풍력 터빈은 물론 최근에는 땅 위에 넓게 깔린 태양광 패널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독일 ‘신재생에너지, 석탄발전 비중 넘어…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태양광 패널

▲독일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땅 위에 넓게 깔려 있는 태양광 패널들을 쉽게 볼 수 있다.(사진=송두리 기자)

독일 풍력터빈

▲독일의 풍력 터빈.(사진=송두리 기자)

독일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독일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신재생에너지로 총 에너지 생산량의 36.3%를 발전하고 있다. 석탄발전 비중(35.1%)을 넘어선 수치이다. 독일 한화큐셀 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독일에서 가장 높은 발전을 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은 육상 풍력으로 독일 총 전력의 13.6%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 태양광 7% 이상, 바이오매스 7%, 수력 3.1%, 해상 풍력 2.7% 순이다. 핀란드 라페란타 기술대학교는 2050년까지 독일 전력에서 풍력은 43%, 태양광은 4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독일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Energiewende)’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요 골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보다 80∼95% 감축하기 위해 전력생산 연료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한다는 데 있다. 특히 탈원전을 위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도 담고 있다. 앞서 2009년 에너지정책인 ‘에너지 구상 2010’을 발표했을 당시 메르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단계적 비중 확대 등을 이유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는데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이를 철회하고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2011년 6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고있는 에너지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17개의 원전 중 7기만 가동 중이다. 원전이 독일의 총 에너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11.7%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31일 바이에른주 그룬트레밍엔 지역의 원전 1기가 폐쇄절차에 들어가는 등 그 비중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독일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논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빠르게 형성된 국가다. 이후 지금의 탈원전 기조를 완전히 정착시키기까지 우여곡절도 겪었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고해졌다. 앞서 2000년 재생에너지법과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도입, 2009년 에너지 구상 2010 발표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해 온 것도 독일이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독일이 에너지 전환을 성공시킨 주요국으로 손꼽히는 데는 이 같은 정부의 일관된 에너지 정책이 중심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원활하게 전송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독일 현지 에너지업체 한 관계자는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 송전선로와 같은 시설을 확장해야 하는데,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소와 달리 송전선로를 짓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원전 폐쇄까지 4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 독일인 높은 정치참여…에너지전환 이끌어

라이프치히

▲독일 라이프치히 인근 도로에서 보이는 풍력 터빈.(사진=송두리 기자)

독일이 유럽에서도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정부 정책뿐 아니라 이에 호응하는 시민의 높은 참여도를 들 수 있다. 2012년 기준 기업이나 투자자 등이 아닌 독일 시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중은 전체의 47%에 이른다.

시민 주도형 신재생에너지 정착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단연 FIT를 들 수 있다. FIT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가격과 기존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 가격 차이를 정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독일에서는 2000년 이를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법(EEG)이 통과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FIT를 시행하게 됐다. 2017년 재생에너지법 2차 개정 이후에는 공개입찰 경쟁으로 FIT를 보상받는 방식으로 바꿔 보상금 규모를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게 했다. 독일의 경제에너지부는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정도로 충분히 성장했기 때문에 별도의 보호방안이 필요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한화큐셀연구소 현지 관계자는 "FIT는 에너지 발전에 독일인들의 대중 참여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라며 "재생에너지법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옥상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을 하거나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의 에너지 협동 조합을 통해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7년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에너지 발생량(Wasserkraft/수력, Biomasse/바이오매스, Windenergie/풍력, Photovoltaik/태양광, Geothermie/지열).(자료제공=독일 환경청)


독일 시민들의 자부심과 높은 관심도 또한 에너지 전환 속도를 빠르게 했다. 독일 한화큐셀연구소 측은 "독일 시민 개개인은 성숙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모든 사람의 이익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독일인 정치 참여도가 높으며 주정부 결정에 높은 신뢰를 하고 있다는 점, 또 유럽에서도 선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전환을 이끌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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