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저성장 고실업시기, 노사간 대화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16 11:47
전준현 노무사

▲전준현 메이데이 공인 노무사


[칼럼=전준현 노무사]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은 ‘대화’와 ‘소통’이다. 현대사회의 시민들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제도를 만들어나간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대화와 소통은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사관계는 대화와 소통이라는 만능열쇠의 사용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 특히 최근 고시된 내년도 최저임금결정 과정은 대화와 소통이라는 만능열쇠가 노사관계 앞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저임금 위원회는 노, 사, 정이 추천한 9명, 총 27인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 위원회는 다음해 최저임금에 대해 ‘심의’하고 결정해야한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사용자위원이 전원 퇴장하기에 이르렀다. 사용자위원이 전원 퇴장한 상황에서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 18인이 2018년의 최저임금을 결정하였다. 필자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적정하였는지의 여부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사용자위원이 참여하지 않고 졸속한 대화와 소통으로 심의된 최저임금결정이 향후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사실 올해 최저임금의 결정사례와 같이 대화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노사의 대립과 갈등은 노사관계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임단협이 한창인 8월에는 노사의 대립과 갈등이 하늘을 찌른다. 사용자는 어떻게 하면 비용을 감축할지 골몰하고 근로자는 더 나은 근로조건을 쟁취에 골몰한다.

서로가 다른 방향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속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교섭의 끝에 노사는 모두 "이겼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노사관계는 승패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처럼 노사가 마주 보지 못하고 서로 반목(反目)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상시적인 대화와 소통의 부재’에서 찾으려 한다.

공인노무사 연수과정에서는 한 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한다. 10명 정도 되는 노무사들이 절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사용자교섭위원이 되고 다른 한쪽은 노동조합교섭위원이 되어 가상에 상황에 대한 모의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노무사들이 단체교섭에 제3자의 자격으로 교섭위원에 참석하는 경우는 있어도 직접 당사자가 되어본 경험은 드물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의 교섭은 매우 흥미롭고 몰입도가 높다.

모의교섭에서 필자는 노동조합의 조직국장 역할을 맡아 노동조합 교섭위원으로 교섭에 임하였다. 당시 필자가 제일 많이 한말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쪽을 어떻게 믿어요?"였다. 사실 교섭에 임한 모든 노무사들이 가장 많이 한말이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필자는 노사 문제의 근본 원인은 노사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존의 한국의 노사관계는 서로에게 무관심했다. 고성장, 저실업 시기에는 노사가 서로에게 무관심하더라도 서로가 원하는 사항을 모두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저성장 고실업시기의 노사관계 패러다임은 이해와 존중으로 변모 하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노사가 공존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서로 등을 맞대고 멀어지기만 했던 노사에게 제언한다. 이제 등을 돌려 서로를 마주보고 서툴지만 한걸음씩 다가가보자 마치 연애하듯 사소한 대화부터 건네자. 작은 대화와 소통은 이해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끝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노래 한 곡을 바친다. "대화가 필요해. 이럴 바엔 우리 헤어져. 내가 너를 너무 몰랐어. 그런 말로 넘어가지마. 항상 내 곁에 있어서 너의 소중함과 고마움까지도 다 잊고 살았어.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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