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경의 눈] 누구를 위한 금융권 고액보수 공개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16 12:22


금융권 고액 연봉자의 상반기 수입이 공개됐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직원의 보수가 사장과 오너의 그것보다 많다는 내용이었다. 상반기에만 22억을 벌었다는 한국투자증권의 김모 차장은 하루 사이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반기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상위 5명을 임원급에 한해 공개했으나, 올해부터는 금융권에 한해 일반 직원의 보수도 공개 대상이 됐다. 금융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올해 3월 고액 연봉자를 직원까지 확대해 공시하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보수총액 5억원 이상의 임직원은 물론, 성과보수 총액이 2억원이 넘는 임원들도 새롭게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보수를 공개하면 연봉이 줄어들까? 더구나 경영책임도 없는 일개 직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바꾸는 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왜 필요한 걸까. 금융당국의 임직원 보수 공개의 목적이 "누구든지 성과만 잘 내면 사장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교훈 전파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금융권, 그중에서도 특히 증권업계에 유독 고액 연봉을 받는 임직원이 많은 이유는 성과에 따라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문화 때문이다. 대다수 증권회사는 직급 및 연차에 상관없이 실적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 안정과 복지가 강한 은행,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에 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팀 전체가 더 나은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증권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김모 차장처럼 본인이 개발한 상품에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릴 정도로 대박을 터트린 경우 사장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또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연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성과급 체계가 자리 잡힌 상황에서 직원의 연봉까지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 또는 가십거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사자 입장에서도 연봉 공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직원이 사장보다 많이 받는다는 수많은 기사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과 동료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문제다. 자칫 개인 소득이 노출돼 위화감이나 적대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다.

민간 회사가 실적 증대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것을 개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자본주의 논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금융당국은 곱씹어보길 바란다.

이아경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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