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은산분리 규제완화, 그 의미와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16 12:19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조남희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언급하자 국회가 이 문제를 바로 사실상 합의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에서 반대의 기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규제완화는 확실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금융산업의 현안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완화하면서 금융산업의 혁신과 4차산업혁명시대에 금융관련 핀테크 산업이 성장을 견인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가 성장측면의 정책도 중요시 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는 그 동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분배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현재의 안 좋은 경제상황과 여론을 반영한 다소간의 경제인식의 변화로도 이해할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하는 것이 바로 은산분리라는 규제이다. 이는 삼성, 현대 등 재벌들이 은행이라는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재벌이 은행을 가질 수 없도록 은행의 소유지분을 4%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적용해서 사실상 은행들은 주인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벌이나 산업자본들의 은행 주식소유를 제한해 왔다.

은산분리라는 규제 가운데 작년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평가는 은행업계에 메기 효과가 있었다는 의견과 전통적인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별화 모델이 없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둘 다 나름대로 맞는 평가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의 하나는 출범할 때, 기존의 은행과는 다른 중금리 대출 즉 10% 내외의 대출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출범 후에는 이런 중금리 대출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본금이 적다 보니 기존 은행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의 대출도 모자란 상황이었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계층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해줄 여력은 아예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출이 은행의 가장 중요한 기능임에도 대출해줄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는 은산분리라는 규제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의 규제완화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사실상 주저 않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지금보다 더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은행들 간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고객에 대한 은행간의 각종 서비스경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유·무형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일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총 5건의 은산분리 규제개선 법안이 제출돼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34~5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당 안은 전체 지분의 1/3까지 허용하는 것이고 야당 안은 1/2, 즉 50%까지 허용하는 것이 골자이다. 아마도 40%선이나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안으로 절충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러한 규제완화가 방향이 맞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간섭을 어떻게 제한하고 어떻게 감독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것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향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핀테크 기업과 어떻게 동반성장을 할 것인가 하는 전략과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의 제시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의 고려가 없다면,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의미는 크지 않다고 본다. 현재의 규제완화와 관련된 당사자들이 과연 이러한 점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을까 싶다. 금융산업의 개혁과 4차산업의 발전적 차원의 은산분리규제 정책 플랜을 갖고 진행해 나가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청와대를 중심으로 금융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의 보다 정교하고 발전적 방향의 전략과 지혜를 규제완화에 담아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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