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연합)



"사우디 왕실의 개입이 밝혀지면 매우 세차고 아주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 경고에 사우디아라비아 증시가 장중 7% 이상 폭락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발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 배후로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중지 등 경제제재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방송된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것이며 엄중할 처벌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왕실은 카슈끄지의 실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 왕실이 미국의 어떤 징벌적 조치에도 훨씬 강력한 대응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디는 14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우디의 경제력은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크고 필수적이다. 우리 경제는 (제재나 위협이 아니라) 오직 세계 경기에 의해서 영향받는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는 1970년대 이후 석유를 서방세력에 대한 경제적 무기로 쓰는 것을 대체로 피해 왔으나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 가능성과 관련한 언급을 선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국제유가는 주말을 지나 개장하자마자 급등했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2월물은 현지시간으로 14일 밤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1.9% 오른 배럴당 81.87달러까지 올랐다가 15일 새벽에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 높은 81.5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 전문가인 게리 로스 블랙골드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성명은 극도로 강력하고 아주 드문 것"이라며 "사우디는 역사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려 노력했는데 지금은 세계에 그들의 힘을 상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시장에 영향을 줄 직접적 조치를 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세계 최대 수출국이 근육을 과시했으니 바로 반사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AP/연합)


미국과 사우디 간 긴장이 고조되자 사우디가 경제개혁을 위한 해외투자를 제대로 유치할 수 있을지 우려를 사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성장 동력을 현대화,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야심 찬 계획을 가동해왔다.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경제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수립,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관광업을 촉진하며 민간부문을 성장시키려고 애를 썼다. 같은 맥락에서 사우디는 금융시장을 개혁하면서 FTSE 러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해 세계 각지의 투자자들이 사우디 경제에 투자할 길을 열었다. 

그러나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카슈끄지 사태를 계기로 싸늘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악화, 인권유린 정황을 큰 리스크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싱크마케츠의 애널리스트인 나임 아슬람은 "지정학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사우디가 고집스러운 태도를 다시 보일 것"이라며 "이런 자세는 해외 투자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우리 입장에서는 사우디 주식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르캄 캐피털의 주식연구 부문 대표인 자프 메이저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속성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시장이 계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억만장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사우디의 홍해관광을 위해 추진하던 2개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고 자기 기업에 대한 사우디의 10억 달러 투자 협상도 중단했다. 

브랜슨은 "터키에서 발생한 것들에 대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서방에 있는 우리로서는 사우디 정부와 사업을 할 역량이 명백히 변화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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