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의 눈] 케미포비아 한국사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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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케미포비아’의 한 해였다. 케미포비아는 화학과 공포의 합성어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한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이어져 2017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장식했다. 일회용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식약청은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를 꾸려 전수조사에 나섰다. 앞서 살충제 달걀로 정부가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나선 직후였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는 라돈 침대까지 등장했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시작한 케미포비아는 생활용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면서 등장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로 지난해 생리대 판매량은 감소했다. 지난 15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리대 생산실적은 2497억3647만 원으로 2016년 2861억655만 원보다 12.3% 줄어들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를 공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리대 안전성 논란으로 일회용 생리대 생산은 줄어들고 면 생리대 생산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케미포비아 영향으로 친환경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 유해 화학성분에 두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는 비용을 더 내더라도 안전한 상품을 원한다.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쓰는 노케미족이 급부상하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불신은 유통업계 흐름을 바꿔 놓았다. 친환경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이를 생산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생리대를 포함해 침구와 물티슈 등 몸에 직접 닿는 상품에서 ‘친환경’ ‘유기농’ ‘오가닉’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반복된 케미포비아로 소비자 신뢰는 추락한 상태다.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업에는 선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례로 오는 25일부터 생리대 포장지에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생리대 전 성분표시제’가 시행된다. 작지만 이런 시도가 모여 불안과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친환경 소재 개발 같은 기업의 선제적 움직임보다 또 다른 케미포비아를 막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선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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