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빼빼로데이는 11월 9일(금)이 진짜!" 롯데슈퍼가 최근 만든 전단지에 적힌 문구입니다. 빼빼로데이는 막대 과자의 형상을 따 만들어진 기념일인데요. 11월 11일로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창립자’는 롯데제과입니다. 1980년대 초코 과자인 빼빼로를 출시하고,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기념일을 창조해냈습니다. 롯데(제과)가 만든 기념일을 롯데(슈퍼)가 바꾸고 싶어 하는 셈입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빚어낸 촌극입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지자체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매월 2일씩 의무적으로 휴업해야하는 게 골자입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달 11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습니다. 빼빼로데이는 제과 업체들 사이에서 1년 중 최대 대목 중 하나로 꼽히는 날인데 말이죠. 대형마트·SSM 입장에서는 관련 매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빼빼로데이의 ‘위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빼빼로 매출은 한 해 실적의 27.1%에 이릅니다. 3일동안 1년 판매의 4분의 1이 처리되는 것입니다. 특히 11일 당일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30배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단일 품목 중 가장 매출액이 높은 스낵(새우깡 등)도 이날만큼은 빼빼로에게 왕좌를 내줘야 한다고 하네요.
물론 편의점과 대형마트·SSM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빼빼로데이 당일에는 막대 과자 뿐 아니라 초콜릿·사탕류 등도 많이 팔린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빼빼로를 사러 왔다 다른 물건도 구매하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고요. 올해만큼은 빼빼로데이를 11월 9일로 바꾸고 싶은 롯데슈퍼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골목상권(전통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마트가 문을 닫는 날은 인근 상가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있고요.
의무 휴업을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겠다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와중에 유통가에의 또 하나의 ‘규제 폭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