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안갯속···막판 ‘극적 합의’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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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사진=현대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가 완성차 공장 설립을 골자로 한 ‘광주형 일자리’ 진행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당초 인건비를 절반으로 내린 공장이라는 취지로 현대차의 투자를 약속 받았지만, 광주시가 말을 바꾸며 합의가 힘들어졌다.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와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형 일자리’ 논의는 사실상 15일을 ‘데드라인’으로 두고 있다. 이날 국회 예산 심의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현대차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빛그린산단 62만 8000㎡ 부지에 연간 10만대 규모 완성차 공장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 2022년까지 사업비 7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용섭 광주 시장은 지난 12일 현대차 본사에서 정진행 사장 등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시장은 지역 노동계와 마련한 투자협약서에 대해 정 사장과 논의했다. 다만 1~2가지 쟁점에 대해 뜻을 모으지 못했다는 게 광주시 측의 전언이다. 이날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주도하는 협상팀이 14일 현대차 실무자들을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간다.

양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주시가 지난 5월 제안했던 사업 조건들을 최근 들어 다소 변경했다는 점이다. 지역 노동계 입장 등을 고려한 탓이다. 특히 바뀐 내용이 5년간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평균 초임 3500만 원 등 핵심적인 내용들이다. 현대차가 당시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투자자의 일원으로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노조가 펄펄 뛰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에게는 부담이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관련 협약이 체결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된데다 광주형 일자리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광주시는 아직 지역 노동계의 동의도 구하지 못했다. 이용섭 시장이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본부장 등을 만나러 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답은 듣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 업계의 상황에 비춰 현실성이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의 태도로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실적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건비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반면 차량 생산성은 토요타, 폭스바겐 등 경쟁사에 비해 떨어진다. 목소리가 큰 강성 노조 탓에 ‘고임금 저효율’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임금을 반값으로 지급한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현대차가 관심을 보인 배경이다.

다만 임금·단체협약 협상 유예, 평균 초임 3500만 원 등 당초 광주시가 제안한 내용이 틀어질 경우 오히려 완성차 공장 건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수 수요가 정체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마진이 높지 않은 경·소형차를 만드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경우 현대차 입장에서는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이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완성차 공장은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강성 노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전체 라인 중 한 곳에서만 파업을 벌여도 차량 생산이 완전 중단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총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이 중에는 한 직원이 일부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 버린 불법파업도 포함됐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생산 7만 6900여대에 차질이 생겨 약 1조 62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마감 시한이 임박한 ‘광주형 일자리’의 공은 결국 정치권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관련 사업 추진에 힘을 모아주고 있는데다 여야5당 원내대표들도 이와 관련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광주시의 양보 없이) 현대차의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나서 중재안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번 완성차 공장 건설이 추진될 경우 직접 1000여명, 간접 1만 2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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