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이후 9년여만에 주가 10만원대 하회
주력시장에서의 판매감소, 실적부진 등 대내외겹악재
美, 車관세부과 보고서 초안 회람...주가 불확실성 UP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현대차가 3분기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향 조정,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주가가 장중 9만원대까지 하락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일 대비 0.49% 오른 10만2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는 이날 장중 9만96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현대차 주가가 10만원대 아래로 추락한 것은 2009년 12월 이후 9년여만이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10만원선을 회복했지만, 현대차를 둘러싼 악재가 많아 언제 다시 9만원대로 하락할지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올해 들어 현대차 주가는 30% 넘게 급락한 상태다.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중국 등 주력시장에서의 판매 감소로 인한 실적 부진이다.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급감했고, 영업이익률은 1.2%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1~10월 해외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은 317만8804대로 지난해보다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신형 싼타페 판매량은 5200대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8000~1만대)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에서 선보인 로컬전용 라페스타 역시 SUV 트림의 부족 현상이 부각되면서 10월 도매판매가 지난해보다 12.5% 감소한 7만대를 기록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출시한 소형 SUV인 엔씨노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투싼과 싼타페는 큰 볼륨기어가 없어 당분간 부진한 판매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비 부담 증가, 주요 완성차 시장 수요 둔화, 신흥국 통화 약세 등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현대차를 둘러싼 문제들이 단시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수익성이 향후 1, 2년 안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현대차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기록이 있는 1998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전일 현대차의 등급 전망을 ‘AAA/안정적’에서 ‘AAA/부정적’으로, 기아차 등급 전망은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바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달 1일 "현대차는 주요 시장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지속적인 비용압박으로 수익성이 향후 1~2년간 취약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최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수입 자동차 관세부과 검토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차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부과 계획과 관련해 상무부가 제출한 조사결과 보고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통상팀의 고위 관리들을 만나 관세부과 계획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 수출품에 대해 25% 수준의 고율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지난 5월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승합차, 경트럭, 자동차 부품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한국은 지난 3월 자동차 부문에서 다수 양보안을 담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별도의 자동차 관세부과에서 면제되는지는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