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송두리 기자
"사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는 회사의 경영판단 하에 결정되는 문제죠. 금융당국과 반드시 함께 결정해야 할 내용은 아닙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가 여론의 주 타깃이 되자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가 하소연하듯 한 말이다. 보험료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강제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를 내세우는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손보사들은 연말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를 두고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올 여름 이어진 폭염과 폭우, 사고발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급등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손보사의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약 88%로 전분기보다 7%포인트 치솟았다. 1∼9월 누적 기준으로는 84%로 전년 동기 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적정 손해율로 여겨지는 77∼78%보다도 훨씬 웃돈다. 손해율이 악화되자 3분기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서면서 손보사의 ‘효자 종목’이었던 자동차보험은 ‘불효자’ 신세를 면치 못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지만 정부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손보사들은 섣불리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사업비 절감’ 등 손보사들의 자구적인 노력 하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보험료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눈밖에 나지 않으려는 손보사들은 누가 먼저 올리냐만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 눈치보기에 표면적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지게 된다면 인상 압박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만큼 손보사들은 수익 내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보험금 지급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인수 거절 등의 사례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민원 발생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담보별 보험료를 조정해 우회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손보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부분이 있는 만큼 보험료 인상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가격 압박이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가격 결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철저히 감독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