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포항지진 1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작은 지진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4 09:46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꼭 1년 전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44분에 포항시 북구 흥해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포항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주시 남남서 7km 육상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경주지진)에 이어 한반도에서 지진의 계기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관측된 지진 중 두 번째 큰 규모의 지진으로 전국적으로 지진동이 감지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포항 북부 흥해 지역을 중심으로 구조물 파괴 등 846억 원의 재산상의 피해와 함께 1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포항지진(규모 5.4)은 경주지진(규모 5.8)에 비해 4배 정도 에너지가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94억 원 정도의 피해를 낸 경주지진에 비해 9배 정도 피해가 커진 이유는 포항지진이 발생한 진원의 깊이가 4∼7km 내외로 경주지진 진원의 깊이(10∼15km)보다 지표에 가깝기 때문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 직하부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12일에는 규모 4.5의 여진이 흥해 지역에서 또 다시 발생하였으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은 미소지진들이 동일한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지역민들이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함께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진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판에 속해있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78년 이후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특성을 분석해 보면 1995년을 기준으로 뚜렷한 변화가 인지되고 있다. 지진의 발생 빈도수를 보면 1995년 이전에는 연 19회 정도 발생하였으나, 1995년 이후에는 연 40회로 뚜렷하게 증가하였다. 아울러 발생한 지진의 강도도 1995년 이전에는 규모 2.0 이하의 지진이 주를 이루었으나 1995년 이후에는 규모 3.0∼4.0 정도의 지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하는 등 규모면에서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반도 지하의 심부 지각구조가 과거와는 다른 지질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지되어 온 그 동안의 인식이 이제는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외에 한반도 육상과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의 46%가 울진, 포항, 울산, 양산, 고리, 부산 등 영남 동부지역에 집중하여 발생하였으며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의 51%가 영남지역의 대륙붕 연장부인 동부와 남부 해상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영남지역에는 과거로부터 잘 알려져 있는 북북동 방향으로 발달하는 양산단층대가 존재하고 있으며 양산단층대 주변에 같은 방향의 단층대들이 평행으로 나란하게 발달하고 있어 이들 단층대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 지진의 절반 이상이 영남지역에서 발생하였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알려져 있는 단층대 이외에도 아직까지 실체가 들어나지 않은 많은 단층들이 영남지역 지하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알려지지 않은 단층들이 지진에 의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지진과 경주지진도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는 지하 심부단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며 이 때문에 향후 영남지역 내 지진의 발생 빈도와 지진의 강도가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포항지진과 경주지진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아직까지 규모 5.8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반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의문은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도 포항지역과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미소지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진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남 육상과 인접 해역에 또 다른 지진, 조만간 반드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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