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클린디젤’서 ‘더티디젤’로 억울한 경유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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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에너지부 팀장


정부가 고심한 끝에 미세먼지 관리 강화방안으로 ‘경유차 퇴출’을 내놓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막연하게 경유차가 다른 차량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이 많다면서 경유차 퇴출 정책을 펴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경유 차량이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보다 연료 효율이 높다는 이유로 ‘클린 경유’ 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국내 경유차 비율은 2011년 36.3%에서 2014년 39.4%, 지난해 42.5%로 뛰었다. 지난해 전국 자동차 2253만대 가운데 경유차는 958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주범 가운데 하나로 경유차를 꼽고 이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클린경유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공해 경유차 인정 기준을 삭제하고, 주차료·혼잡 통행료 감면 등 과거 저공해 자동차로 인정받은 약 95만원대의 경유차에 부여되던 인센티브도 폐지한다. 공공 부문은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2030년까지 경유차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소상공인의 노후한 경유트럭 폐차 지원도 확대한다.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경유차 구매를 독려하다가 갑자기 ‘더티 디젤’로 지목하면서 퇴출시키겠다고 하니 경유차주들은 당황스럽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세먼지의 주범이 경유차가 아니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2014년 환경부와 수도권대기환경청의 타이어마모 연구결과 경유차가 1km를 달릴 때 배출가스에서 먼지가 5㎎ 발생하는 반면 타이어 마모에 의한 먼지는 약 100㎎ 발생했다.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배터리 무게 증가’로 인해 전기차의 타이어 마모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이 경유차의 총 발생량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타이어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에서도 타이어 마모로 인한 수도권의 미세먼지(PM10)·초미세먼지(PM2.5) 연간 발생량은 2024년 각각 1833톤, 1283톤에 달할 전망이다. 경유차가 아닌 자동차 타이어부터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경유차량 중에서도 미세먼지 발생의 70% 이상은 화물차량에서 발생했다. 일반 RV·승용 경유차를 퇴출시킬게 아니라 화물차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이를 액화석유가스(LPG)로 대체할 경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CO2) 배출이 2030년 무려 26만톤에서 최대 40만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PG는 연비가 낮아 경유 1리터를 사용할 때 LPG는 2리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LPG는 일산화탄소(CO) 배출이 경유의 20배에 달했다.

경제적 손해도 막대하다. 경유차를 퇴출시키면 전국 12000여 주유소는 가뜩이나 열악한 경영환경에서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몰린다. 주유소를 충전소로 교체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경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가공할 때 28∼29% 비중으로 생산한다. 생산량이 막대해 절반은 내수로 충족하고 남은 절반은 해외로 수출한다. 하지만 LPG는 국내 생산량이 적어 국내 소비량의 30%만 감당하고 70%는 수입에 의존한다.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LPG로 대체하면 경유는 남아돌게 되고 부족한 LPG는 수입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차량 소유자들은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LPG 충전소는 전국에 2000개도 안돼 충전할 때 마다 먼 충전소를 찾아 돌아가야 한다. 이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과 불필요한 연료 소비는 산업부나 환경부 어느 곳도 계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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