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 G90·K9 '고급화 전략' 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4 14:35
180110 (참고자료) 정의선 부회장 CES 현장경영(2)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초 열린 ‘2018 CES‘ 현장을 찾은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플래그십 세단을 앞세워 펼치고 있는 ‘고급화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다 그간 속을 썩이던 기아차 K9도 판매가 크게 늘며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이들 차량이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회사 수익성 개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에 다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진두지휘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을 높이면서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해 고객들을 자극하는 게 골자다. 정 수석부회장이 제네시스 독립 이후 가장 처음 론칭한 차량이 EQ900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준비한 EQ900의 부분변경 모델 ‘G90’이 흥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제네시스 G90은 지난 12일 사전계약 개시 첫날 2774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산 초대형 차급의 월평균 판매대수(1638대)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다.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업계에서는 G90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고급화 전략’을 통해 고객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9일부터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에서 ‘G90 프라이빗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신차 출시 이전 차량을 먼저 만나보고 이를 둘러볼 수 있도록 정 수석부회장이 기획한 것이다. 예비 고객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차량을 우선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초 내놓은 기아차 ‘더 K9’은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K9은 지난해 국내에서 155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39.2% 하락한 수치다. 월 평균 실적이 13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그랬던 판매가 올해 초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수직상승했다. K9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9476대가 출고됐다. 전년 동기(805대) 대비 12배 가까이 뛴 수치다. 월 평균 판매가 1353대까지 늘며 기아차의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K9의 성공비결 역시 정 수석부회장이 추진한 ‘고급화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형 K9 출시 이후 독립형 전시 공간인 ‘살롱 드 K9‘을 서울시 강남구에 마련했다.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K9의 이미지를 ’고급스러운 차‘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에도 같은 전략할지 여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제네시스, 기아차의 플래그십 라인업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만큼 대형 SUV까지 성공시킬 경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달 말 LA오토쇼를 통해 팰리세이드를 최초로 공개한다. 넉넉한 공간과 함께 혁신적인 안전·편의사양을 운전자가 누릴 수 있도록 차량을 개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마진이 높은 플래그십 모델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과 신흥국에서도 플래그십 세단 등 고급 차량을 성공적으로 론칭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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