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논란’ 한숨 쉬는 이재용 ‘엘리엇 몽니’ 신경 쓰는 정의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5 16:15

갈 길 바쁜 그룹 총수...해법 찾기 '고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주변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려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당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애를 태우고 있다.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인 가운데 엘리엇 등 방해꾼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담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전날 삼성바이오의 과거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내용을 ‘고의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핵심은 이번 사태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까지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그해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했는데, 당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며 반발하는 주주들이 많았다.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시도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억지로 합병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연합)


더 큰 문제는 이 부회장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2심에서는 이 부회장의 혐의가 무죄라는 판단이 나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번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가 회계를 조작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당시 승계 작업 현안이 존재했다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생겼다.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지분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악재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등이 향후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 주식 43.44%를 보유 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23%를 들고있는 최대 주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고민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연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등 방해꾼이 많아 부담이 큰 상태다. 엘리엇은 13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이사진에서 서신을 통해 초과자본금의 주주 환원을 제안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8월 현대모비스를 둘로 쪼개 각각 현대차·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발표한 1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엘리엇 등이 몽니를 부린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1차 개편안 실패 이후 시장과 꾸준히 소통하며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다만 경영 환경이 그간 크게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며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주요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 탓에 판매가 쉽지 않은 상태다. 신흥국 통화 불안 등 여파로 현대차, 기아차 등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현대차.(사진=연합)


이 때문에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대내외적 환경이 워낙 비우호적이라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안에 2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개혁’을 앞세워 삼성·현대차 등 그룹들을 압박하는 동안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상황은 악화됐고 경영 활동은 위축됐다"며 "한국 경제성장률이 내려앉고 반도체 고점논란, 자동차 위기론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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