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론 ‘갑론을박’…업계 "일시적 가격 조정" 우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5 15:41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세계적인 투자은행(IB)과 반도체 분야 유력 시장조사업체가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잇달아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고점론’이 불거지며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대체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 하락이 있을지라도 큰 낙폭은 아니며 1∼2개 분기에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있을 거란 전망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8기가비트(Gbit) D램의 지난달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개당 7.31달러로 전월 8.19달러 대비 10.74% 급감했다. 고정 거래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에 쓰이는 기준 가격으로 D램 고정 거래가가 하락한 것은 2016년 5월 이후 2년 5개월만에 처음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특히 지난 5일 발표한 월간 시황 보고서에서 "11월과 12월에도 D램 가격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1분기에도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하락하고 낸드 가격은 25∼30%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고점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IB 모건스탠리는 "D램과 낸드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후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가세하며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전망을 ‘주의’ 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9월에는 D램 등 주요 반도체의 수요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런 전망에도 업황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10년 기준으로 2010년과 2013년에도 계절적 비수기와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좋지 않은 시장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내놓은 바 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있지만 큰 하락세 없이 일시적인 조정세를 거쳤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출하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해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그동안의 대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D램을 발판으로 꿈의 영업이익률 57%를 달성한 SK하이닉스이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이명영 부사장은 "D램 가격은 올해 내내 계속된 가격 상승세가 올 4분기 완화되고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가격의) 급락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없다고 본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세계 경기 불확실성,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재고 부분 문제에 해소를 전제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전체 투자 지출 규모가 하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전망을 계기로 단일부품으로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력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올랐다가 내리는 건 시장의 당연한 섭리"라면서 "서버 수요가 여전하고 빅데이터(BD),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응용처의 수요가 있다. 가격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업황 자체가 둔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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