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현실로?...IMF 이후 첫 중장년 실업률 美 추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02 10:39

▲최근 55∼64세 한·미 실업률 추이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55∼64세 중장년층 실업률이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섰다. 급격한 고령화로 중장년층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 데다 최근 계속된 고용난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55∼64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2.9%였다. 같은 기간 미국(2.7%)의 실업률보다 0.2%포인트 높다.

한국의 중장년층 실업률이 미국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3분기∼2001년 1분기 이후 17년여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중장년층 실업률은 2011∼2012년 미국보다 3∼4%포인트 낮았지만 이후 격차가 점차 축소되면서 올해 역전되고 말았다.

통상적으로 여성·노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노동시장 규모가 큰 선진국일수록 개발도상국 등에 비교해 실업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 외에도 경제활동 참가율 등 노동시장 성숙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을 넘어선 한국의 실업률이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과 미국의 실업률 역전 현상은 2분기 연속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중장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한 3.0%였다. 반면 미국은 0.3%포인트 하락하면서 우리보다 0.1%포인트 낮은 2.9%에 머물렀다.

청년층에 이어 중장년 실업률까지 미국을 추월하면서 전체 실업률도 역전될 상황에 놓였다. 3분기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미국(3.9%)의 턱밑에 근접해있다.

지난해 1분기에 이미 미국을 추월한 우리나라의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7분기째 고공행진을 하며 격차를 키우고 있다.

중장년층 실업률 악화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수년째 계속되는 고용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20만∼30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분기 18만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 10만1천명, 3분기 1만7천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정책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령화 영향으로 경제활동 의지가 있는 장년층이 많이 늘어난 점도 실업률 지표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를 뜻하는 실업률 지표의 속성상 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면 실업률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실업률과 함께 고용률도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60세 이상 실업률(2.3%)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지만, 고용률(41.7%)도 0.3%포인트 상승했다.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늘면서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취업자 수보다 구직활동을 시작한 경제활동인구가 더 빠르게 늘면서 실업자도 늘어난 셈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인 2013년 13% 내외였지만 올해 3분기 16.5%까지 오른 상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계청 관계자는 "중장년층 실업률 상승은 경기 영향도 있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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