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휴전, 수출대국 韓에 호재?..."불씨 남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02 17:12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뒤 악수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세계 7위 수출대국인 한국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향후 90일 동안 상대국 수출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내년 1월 1일부터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현행 10%인 관세를 25%로 추가 상향 조정해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었다.

1100억 달러(123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한 중국도 즉각적인 대응으로 응수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 양국 간 무역전쟁 확전은 당분간 유예됐다.

미·중은 앞으로 90일간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등의 문제에 대해 협상하기로 했으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10%인 관세를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한국경제의 대표적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꼽혀왔다. 세계 7위 수출대국인 한국의 수출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전쟁의 확전이 유예되면서 한국경제의 대외 리스크도 당분간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중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되는 분위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의 대외 리스크를 줄이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강감찬 통상정책총괄과장도 "일단 미중간 관세전쟁이 확전되지 않는 것은 다소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양국간 산업·무역 패권 경쟁이 본질적으로 변하지는 않은 만큼 90일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의 통상정책과 중국의 대응을 면밀히 살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의 약 10%에 달하는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천만 달러 감소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감소 추산 폭은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대중국 수출액 1천421억2천만 달러의 19.9%, 지난해 기준 총수출액 5천736억9천만 달러의 4.9%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목 중에는 전기장비·IT·유화 산업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크게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국의 11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22.7%) 대비 크게 축소됐다.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즈 등 해외투자은행(IB)들은 이와 관련, 향후 대중 수출 감소, 반도체 수출 둔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11월 대중 수출 둔화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 가시화와 중국의 총수요 둔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다만, 90일간 부과가 유예됐더라도 아직 무역갈등이 향후 확전될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만약 미국과 중국 간 얘기가 잘됐다면 이런 식의 유예 방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90일 후 타결이 되지 않고 무역갈등이 확대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위원은 "일단 내년 1월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던 미중 무역분쟁의 위기감이 다소 가라앉으며 우리 기업으로서는 90일이라는 시간을 벌었다"며 "하지만 미중간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업종별로 생산네트워크를 조정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안성배 국제거시금융실장도 "큰 그림에서 미중 대결구도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니 관세전쟁이 유예됐다고 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중국이 대미 협상에서 지적재산권(IP) 문제와 자국 첨단제조업의 질적 도약을 쉽게 양보하지 않겠지만 우리를 추격한 빠른 템포는 늦춰질 수 있는 만큼 우리가 그동안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1분기 8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출 규모 순위도 작년 6위에서 올해 1분기 7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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