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구매후기는 억울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0 10:08

이정구 옐로스토리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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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옐로스토리 부대표.


"왜 이게 사쿠라야." 영화 ‘타짜’의 마지막 대결은 한국 영화사에서 손에 꼽히는 명장면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 목숨을 건 승부처에서 주인공 고니는 아귀를 속이기 위해 정마담에게 마지막 화투패로 장이 아닌 사쿠라(벚꽃)를 건낸다.

사실 다른 화투패를 줬더라도 도박속에서 또다른 도박을 하는 아귀가 패하는 결말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사쿠라였을까. 벚꽃의 일본말인 사쿠라는 거짓과 가짜, 속임수 등 부정적인 의미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고니가 건 낸 마지막 화투패가 ‘속임수’였다는 뜻이다.

순결과 절세미인의 꽃말을 가진 사쿠라가 왜 정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을까. 이 문제의 답은 사쿠라의 어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사쿠라는 고객을 가장해 다른 사람의 충동 구매를 부추기는 사람을 일컫는 ‘바람잡이’에서 시작됐다. 주로 벚꽃놀이에서 호객행위가 이뤄졌기에 사쿠라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또 분위기만 띄우고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꽃잎이 잘 떨어지는 벚꽃에 비유하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쯤되면 벚꽃이 억울해 보인다. 누군가는 떨어지는 벚꽃잎이 아름답다고 칭송을 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사기행위에 비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도 벚꽃의 기구한 운명을 닮은 서비스가 있다. 바로 구매후기다.

구매후기는 제품을 실질적으로 써본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느낀 장단점을 작성한 정보서 콘텐츠를 뜻한다.

국내 온라인커머스 시장에서 구매후기가 주목받기 시작한건 2000년대 초반이다. 온라인상에서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온 소비자들에게 구매후기는 단순 정보을 넘어 신뢰감 형성의 요소였다.

사업자들 역시 구매후기 시스템 고도화 및 작성 독려 캠페인을 경쟁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정부가 앞장서 온라인 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매후기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권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절대적 영향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 일부 부도덕한 사업자들이 구매후기를 조작하거나 삭제하는 편법행위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먹튀’라 불리는 불법 사기 행위에 구매후기가 악용되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쇼핑몰이 구매후기를 조작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면서 부정적 여론까지 형성됐다.

구매후기를 권장했던 정부가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게 된 데까지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바람잡이를 일컫는 벚꽃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사회적 인식은 변했지만 구매후기의 중요성 만큼은 여전하다. 지난해 9월 한 시장조사전문기업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의 78.%는 제품 구매 시 항상 구매후기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87%는 구매후기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국내 온라인커머스 업체들 역시 자정 노력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신뢰 받는 인터넷 쇼핑 환경 제공을 목표로 허위 구매후기 등 각종 어뷰징에 대한 강력한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양질의 정보성 콘텐츠 제공을 목적으로 전문 리뷰어가 작성한 구매후기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적용했다. 표시광고법 준수를 통해 구매후기가 가진 정보제공 부분을 강화하고 시스템 고도화로 불편법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와 티몬도 구매후기를 보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페이지를 개설했다. 특히 기존 글자 중심에서 사진과 동영상이 더해진 구매후기로 정보의 객관성을 강화했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상품 정보에 최고와 최악의 구매후기를 동시에 노출시켜 소비자에게 올바른 쇼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각종 불편법 사례에 악용되며 수차례 홍역을 치뤘지만, 국내외 기업들의 지속적인 자정 노력과 서비스 고도화만 보더라도 구매후기는 여전히 온라인커머스 사업의 핵심 서비스중 하나다.

사쿠라를 이겨내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아가는 벚꽃처럼, 구매후기가 기존의 오명을 벗고 가치있는 정보성 콘텐츠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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