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정책,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와 배치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07 14:52

▲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 (사진=연합)


유류세 인하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긴 한데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약계층 부담을 줄인다는 유류세 인하 목적과 달리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빈부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연료비를 줄일 수 있고, 물가 상승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에 유류세 인하 찬성 여론이 많다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기름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3%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정책과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두달 새 20% 가까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온라인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평균 1357.6원으로 유류세 인하 시행 전인 지난 11월5일 1690.3원에 견줘 333원(19.7%)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유는 1495.8원에서 1255.67원으로 전국 평균 240원(16%), LPG부탄은 934.3원에서 801.88원으로 132원(14%) 하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소세 성격을 가진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탄소배출 억제 목표에 배치돼 현 시점에서 인하가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탄소세는 이론적으로 탄소배출을 억제하는데 규제보다 효율적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와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화석연료 가격을 전반적으로 인상해 화석연료 이용을 억제할 수 있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해 간접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유류세 도입 목적은 석유소비억제를 통한 물가안정과 환경세 등 다양한데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하면 당연히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있다"며 "전문가들은 경유세 인상 등 유류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계속 제시하고 있고, 정부도 올 2월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하는 등 탄소배출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정책도 전반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환경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방안을 국내감축분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한 바 있어 유류세 인하는 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이하 로드맵 수정안)’을 확정했다. 기존 해외감축분 11.3%의 상당 부분을 국내감축분으로 돌리는 게 골자였다. 원래 해외에서 사들이기로 했던 탄소배출권을 국내에서 자체감축해야 하는 만큼 더 강력한 배출 억제가 필요해졌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국가별탄소배출량저감목표(NDC)인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후악당’이라는 국제사회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확정된 패널티가 없다고는 하는데 미국 같은 강대국은(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럴 입장이 아니다"라며 "탈퇴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수출입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 규제가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는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명분이다. 그 혜택은 고소득층이 더 많이 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는 서민층보다 부유층에 6.3배 이상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유류세가 인하됐던 2008년 3월 직후인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는 월평균 13.1ℓ에 그쳤는데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는 82.5ℓ에 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류세가 리터당 75원 내린 점을 고려한 월평균 인하 효과는 △1분위 880원 △2분위 2042원 △3분위 3050원 △4분위 3600원 △5분위 5578원이었다. 5분위에게 돌아간 혜택은 1분위의 6.34배에 해당했다. 휘발유 가격이 1원 하락할 때 소비증가량은 △1분위 0.0124ℓ △2분위 0.01779ℓ △3분위 0.02837ℓ △4분위 0.03382ℓ △5분위 0.03484ℓ 등이었다. 고소득층의 소비증가량이 저소득층의 2.81배에 이른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서민들은 고소득층보다 차량운행을 덜 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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