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IPO투기시장 조성하는 정부의 코스닥 벤처펀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0 16:24

한국연금투자자문 이경준 멀티에셋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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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금투자자문 이경준 멀티에셋본부 이사

코스닥을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으로 등장한 코스닥활성화 정책이 ‘코스닥 비활성화 정책’으로 변모하고 있다.

작년 1월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발표했을 때, 필자는 정책시행 이전부터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코스닥벤처펀드의 당근으로는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강제 할당해 이것을 코스닥 벤처펀드에 배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공급과 수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짠 것이 틀림 없다.

공모주 시장은 기본적으로 할인시장이다. 최초로 증시에 상장 할 때, 동종업계 대비 할인율을 적용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모주식을 배정 받기 위한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이다. 그런 공모주를 30%나 더 배정해준다고 하니, 코스닥벤처펀드로의 투자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시장의 자금을 3조원이나 모으며 그럴듯한 흥행을 보이는가 싶었지만, 그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급(IPO공모주 기업)은 정해져 있고, 수요(투자자)는 많아지다 보니, 할인율을 줘야 할 IPO공모주 기업이 업종에 따라 알게 모르게 할인 아닌 할인 같은 할증율을 줘야 하는 상황까지 가 버렸고, 그렇게 비싸진 공모기업이 되어버렸음을 다들 인지는 하고 있으면서도, 공모주투자만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높은 호가(공모가)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공모기업의 진짜가치를 착각할 그 누군가가 사주겠지’ 라는 식으로 투자 아닌 투기를 이어가다보니, 작년의 IPO시장은 가상화폐 다음 가는 투기시장이 되어버렸고, 그 단상은 정부의 야심작 코스닥 벤처펀드수익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12개의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대부분의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편입 중인 메자닌(BW 등)종목의 주가하락으로 인한 Refixing(전환가격 조정)으로 인한 미실현 수익에 따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증시는 치열한 시장이다. 특히 수익률이 연봉과 직결되는 기관투자자들은 더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고 공부한다. 좋은 기업은 사지 말라고 하는 협박해도 사는 곳이 투자시장이다. 상대적으로 돈 벌기 쉬운 ‘공모주 배정을 더 해줄게, 코스닥기업에 투자하라’는 방식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발상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과 정책인 것이지, 단순히 돈만 몰아주는 식의 코스닥, 벤처기업 지원은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거니와 제도를 악용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미 코스닥벤처펀드로부터 자금수혈을 받아온 부실기업들이 하나하나 상장폐지로 들어서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최종 투자자일 수 밖에 없는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거래소는 2018년 상장 공약 개수 이행을 위해 12월에만 무려 10개의 스팩(SPAC)이 상장하였고, 설립 2, 3년차의 기업들까지도 상장시키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매해 연말이면 반복되는 거래소의 상장기업 목표 채우기가 과연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기관으로서 잘 하고 있는 일인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코스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게 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만들어 가기에는 우린 1970년도의 군사정권이 아닌 2020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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