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총리, 불신임 위기 넘겼지만…브렉시트 전망은 ‘안갯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7 13:41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야당의 정부 불신임 위기를 넘기면서 정권을 유지하게 된 가운데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찬반투표에서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불신임안은 19표차로 승리했다. 메이 총리는 앞서 한 달 전인 지난달 12일에는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주도한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찬성 200표, 반대 117표로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했다.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한 달 사이에 잇따라 제기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에서 승리한 셈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맡겨진 ‘브렉시트 완수’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2016년 7월 13일 데이비드 캐머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에 올랐다. ‘철(鐵)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나온 영국의 여성 지도자였다.

메이 총리는 야당 시절인 1998년 이래 예비내각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02년에는 보수당 최초의 여성 당의장에 임명됐다. 2010년 보수당 정부 출범 이후 내무장관에 기용돼 최장수 내무장관 재임 기록을 쓰는 등 풍부한 국정 경험, 신중한 스타일이 정국 안정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

특히 내무장관 시절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방침 등으로 인해 법질서 수호자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메이 총리는 캐머런 정부에서 6년여를 내무장관으로 일했지만 정작 캐머런 총리의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다. 별다른 당내 지지기반이 없었던 메이 총리는 그러나 브렉시트 투표와 캐머런 전 총리의 사임이라는 혼란 속에서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

캐머런 전 총리처럼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 총리는 그러나 총리직에 오르자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을 ‘헌신적이고 근면한 공복’으로 묘사하면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브렉시트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리직에 오른 뒤로 줄곧 정치권의 비판과 사임 압박에 시달렸다. ‘화려한 정치인은 아니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고지식한 이미지 때문에 비판자들로부터 ‘메이봇(메이+로봇)’이라는 원치 않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EU와 완전히 결별하기를 원하는 ‘하드 브렉시트’, EU 탈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자신에게 기대됐던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5일 열린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230표차로 부결되면서 영국 의정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정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 부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 국민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며, 총리로서 이를 전달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 총리는 야당 지도부와의 논의를 통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이를 EU에 가져가 합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가 EU와 재협상에 나설 경우 핵심 이슈는 백스톱(Backstop) 조항이다. 백스톱이란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특히 핵심 내용은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한다는 것이다. EU는 내부 반발에 직면한 영국 상황을 고려해 백스톱 발동 기간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의회가 요구하는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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