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엠(M)밸리의 신화를 기대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21 12:54
신년 초 가장 활기가 넘치는 지역 중 하나가 서울 강서구의 마곡(麻谷)지구다. 브랜드명 ‘엠밸리’(M Valley)로 불리는 이곳은 대기업 LG를 필두고 각 기업의 연구단지가 잇달아 들어섰고 16개 단지의 아파트에 주민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어 요즘 생기가 넘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다. 마곡지구 한가운데인 마곡역 주변으로 빼곡이 들어선 신축 빌딩마다 사무실 및 상가분양소식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경쾌하다. 기운이 없고 다소 힘이 빠진다면 이곳을 찾아 생동감 넘치는 기를 받을 만하다.

서울 강서구의 마곡동과 가양동 일원 366만여 평방미터(약 110만평) 규모의 드넓은 대지에 들어선 엠밸리는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서울의 실리콘 밸리’로 쑥쑥 성장중이다. LG그룹이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 평방미터 부지에 LG 전자 등 8개 그룹 계열사의 연구기능을 모은 ‘LG 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한 것을 비롯 롯데그룹 중앙연구소, 코오롱, 넥센타이어, 이랜드, 귀뚜라미, S오일, 일본계 도레이, 미국 웰스바이오 등 외국기업들도 잇달아 들어섰다. 대기업 46개, 중소기업 90개 등 모두 136개 기업의 R&D센터가 입주해 국내 최대규모의 연구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16개 단지 아파트의 주거지와 여의도공원 2배 규모의 초대형 공원(50만여 평방미터)인 ‘서울식물원’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LG 그룹의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은 이곳에서 올초 시무식을 열고 뉴LG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밝은 미래를 다짐한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마곡지구는 불과 10여년전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다. 지난 2005년 개발계획이 확정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고비를 넘겨 2009년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당시 이곳은 대규모 논밭이었다. 국내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김포평야의 연장선상으로 드넓은 논밭이 펼쳐져 이곳이 서울인지 농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지금의 M밸리 한가운데를 가르는 공항대로 양쪽으로 논들이 펼쳐져 가을이면 황금들녘을 이뤘다.

필자는 이곳 주변에 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초중고시절을 보냈다. 겨울이면 논밭을 이리저리 가르는 실개천에서 썰매를 타기도 했고 넓게 펼쳐진 논 위에 내린 풍성한 눈밭에서 뛰놀고 가을이면 메뚜기를 잡는 등 어린 시절의 그리운 추억들이 듬뿍 담긴 곳이다.

지난해말 송년회를 위해 10년만에 외국에서 온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하면서 너무나도 달라진 마곡지구를 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는 비록 옛 추억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래의 희망이 가득 담겨진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보며 "엄청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맘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시골스러운 이곳이 지금은 가장 첨단화된 기술단지로 변신하는 자신의 고향을 보면서 나름의 소회와 보람마저 느꼈던 것이다.

마곡지구 주변에는 우리 선조의 위대한 역사도 찾을 수 있다. 한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세상을 떠나 그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만든 ‘허준박물관’이 지난 2005년 들어섰다. 조선시대 화가로 유명한 겸재 정선이 이곳 양천현령으로 근무하면서 마곡지구의 한강변에 있는 산언덕에 올라 한강을 바라보며 ‘양천팔경첩’ 등 수많은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그래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겸재 정선미술관’이 역시 엠밸리 지근거리에 있다. 마곡지구는 현재 행정구역상 서울 강서구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양천현에 속했다. 마곡지구 엠밸리에 새로 인연을 맺은 직장인이나 주민들이 이곳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으며 역사의 향내를 빌딩 숲 곳곳에 퍼트리길 바라는 것도 이곳을 고향으로 둔 원주민으로서의 바람이다.

신년을 맞아 새해 경제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해 벽두부터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매진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한 원동력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의 마지막 논밭이었던 마곡지구.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맞바꾼 엠밸리. 생동감 넘치는 기운이 전국으로 퍼져 한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국경제의 심장’이란 신화를 쓰기를 기대한다. 배병만.
배병만 얼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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