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무의 눈] 택시와 4차 산업혁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21 11:22

산업부 이종무 기자

▲산업부 이종무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며칠 전 가족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울분을 토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친구 아버지가 택시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택시에서 내린 지 불과 5∼10분 차이여서 부랴부랴 수십 번을 전화했는데도 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친구는 "그날 아버지와 수소문 끝에 해당 택시를 찾았고 아버지 뻘처럼 보이는 택시기사를 만났다. 이때까지는 좋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아버지 휴대폰을 차량 보조석 대쉬보드에 있는 수납함에서 자연스레 꺼내더라. 이게 뭘 뜻하겠냐"면서 "아버지는 휴대폰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사례금까지 준비했지만 휴대폰만 돌려 받고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택시 이미지가 괜히 안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한 이 친구가 전해준 일화를 앞뒤 사건의 인과관계는 따져보지 못했지만, 현재 택시를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머리에 남아있다.

택시는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양화대교’)뿐 아니라 영화(‘택시 운전사’)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택시’), 소설과 수필의 장면 곳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가끔은 성가신 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택시기사분과의 세상살이 대화가 주는 ‘사람 냄새’ 내지는 편안한 풍경 때문이었을 터. 이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체감 경기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를 만나 거리의 민심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가 알던 택시’는 이제 옛 교통수단으로써 기억의 저편에서만 기억되는 것일까. 오늘날의 택시는 간혹 총알 택시, 거칠게 표현하면 난폭 운전, 불친절, 승차 거부 등으로 대변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런 불편함이 있기에 소비자의 냉정한 시선이 존재한다. 택시도 예외 없이 세상의 발전에 따라서 계속 변화해왔지만 서비스만큼은 아직 제자리 걸음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택시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흐름을 마주하고 있다. 공유경제라는 이름 아래 승차공유(카풀)라는 서비스가 기존 전통 택시 시장에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주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공식 출범한다. 우여곡절 끝에 택시업계도 참여한다.

그간의 무거웠던 상황을 논하지 않더라도, 택시기사분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일방적으로 반대만 하고 승객들의 불편함을 고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닫힌 지갑’을 열기란 요원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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