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미국 '저유가' VS 러시아 '감산 NO' VS 사우디만 발 동동
나이지리아 감산 동참...베네수 제재에도 유가 상승 '글쎄'
휘발윳값 등 생산자물가 상승할듯...정유주만 '호호'

(사진=AP/연합)


연초부터 국제유가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미국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원유를 적극적으로 감산하는 반면 저유가를 고수하는 미국은 생산량을 끌어올리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역시 감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올 들어 국제유가 고공행진...WTI 3개월만에 최고치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0.30달러(0.5%) 오른 57.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2일 이후로는 3개월여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 추이. 지난 3개월간 WTI(서부텍사스유)는 상승추세를 보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05달러(0.07%) 오른 67.12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연초 대비 각각 23%, 22% 넘게 급등했다. WTI의 경우 작년 연간 기준 저점이었던 12월 24일 42.53달러 대비 무려 34.6% 올랐다.



◇ 사우디, 원유 공급 완화 주도..."4월 수급 균형 희망"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했기 때문이다. OPEC은 120만 배럴 가운데 80만 배럴을, 비회원 산유국은 4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OPEC은 지난달 원유 생산량을 전월과 비교해 80만 배럴 가량 줄이면서 국제유가를 지지하는데 기여했다. 감산이행률은 86%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AP/연합)


특히 사우디는 지난해 12월과 1월 각각 40만 배럴, 35만 배럴 감산하며 공급 완화를 주도했다. 최근 감산량은 당초 합의한 물량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해 10~11월 세계 원유 시장의 공급 초과 물량이 약 150만 배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력으로 12~1월에는 공급 초과 물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산유량을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촉에 백기를 들었다. 더 나아가 사우디는 오는 3월 원유 생산을 980만 배럴까지 줄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는 기존 원유 생산량(1031만 배럴)보다 하루 평균 약 50만 배럴 줄어든 수치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4월 원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다. 


◇ '계란으로 바위치기'...러시아, "감산 NO" 입장 고수

그러나 사우디의 감산 노력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평가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국제유가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OPEC,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월 에너지전망보고서에서 WTI가 50~6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러 국영회사 가스프롬.


우선 사우디가 계획대로 3월 생산량을 980만 배럴까지 줄여 100% 넘는 이행률을 달성해도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산유국의 이행률은 10%에 그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회원 산유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감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부 장관은 작년 12월 "러시아 유전의 겨울철 강추위를 고려하면 러시아의 감산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이유로 러시아는 사우디의 요청에도 기존 15만 배럴만 줄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초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이 러시아에 요구한 감산량은 하루 25만~30만 배럴이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사우디와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1월 사우디가 35만 배럴을 감산한 것과 달리 러시아의 감산량은 9만 달러에 그쳤다. 


◇ 미국을 주목하라...사우디 노력에도 원유시장 '쥐락펴락'

사우디 입장에서 러시아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금리, 저유가, 약달러로 미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미국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선 이후 공급 측면에서 국제유가를 쥐락펴락하면서 사우디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실제 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산유량은 하루 평균 1200만 배럴로 전주 대비 10만 배럴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도 국제유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같은 달 30일에 은행·금융업체와 중개 및 무역업체 등에 베네수엘라산 금이나 원유 등을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이 이란에 이어 중남미의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까지 제재하면서 지난달 말 원자재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폭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 제재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하며 유가를 누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월 산유국 장관급회의(JMMC)에서 베네수엘라와 성상이 유사한 초중질유를 생산하는 멕시코의 감산 스케쥴이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 휘발윳값 16주 만에 오름세...정유주도 '반짝'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러시아의 유가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심정은 어떨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서민들은 '울상'이고 주식투자자만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평균 0.2원 오른 1342.9원으로 집계됐다. 보통 휘발유 판매 가격이 주간 기준으로 전주 대비 오른 것은 작년 10월 다섯째 주 이후 16주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조만간 국제유가 상승분이 생산자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9년 1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3.75(2010년=100 기준)로 한 달 전보다 0.2% 내렸다. 작년 말 국제유가가 하락한 여파가 현재까지도 생산자물가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다만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수입물가가 1월 84.98로 한 달 전보다 0.1% 상승한 점을 감안하며 조만간 생산자 물가 역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와중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주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Oil의 주가는 1월 2일 9만1300원에서 이달 22일 현재 10만2000원으로 11.7% 상승했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기업가치가 반영되는 GS의 주가도 각각 8.87%, 10% 상승했다.  또 지난 15일 기준 주간 정제마진은 3.3달러로 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들의 가격이 회복되고 정제마진 개선이 이어진다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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