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150원 ‘배당쇼크’...에쓰오일, 투자자 가슴에 기름 끼얹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0 10:32

작년 연간배당액 주당 750원...2017년 5900원에서 대폭 축소
실적 부진, 대규모 프로젝트 겹악재...SK이노베이션과 대조

▲에쓰오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던 에쓰오일이 실적 부진과 대규모 설비 투자로 150원이라는 ‘구두쇠’ 배당을 실시해 주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최근 상장사들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잇따라 배당을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정제마진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 에쓰오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정유주 가운데 나홀로 약세를 보이며 10만원대가 무너졌다. 에쓰오일은 전일 대비 5700원(5.59%) 내린 9만6300원에 마감했고, 에쓰오일우도 전일보다 4400원(6.22%) 하락한 6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전일보다 2000원(1.05%) 올라 19만2000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이 보통주 1주당 150원, 종류주 1주당 175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간배당액(600원)까지 합치면 총 연간 배당액은 주당 750원, 배당성향 34%에 그쳤다. 이는 최근 2년간 배당성향 60%에서 한참 후퇴한 수치다.

특히 에쓰오일이 1000원 이하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주:주당배당금은 중간배당, 기말배당을 모두 합친 금액)


당시 에쓰오일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영업손실 2897억원을 기록하자 현금배당액을 150원으로 줄였다. 이후 2015년 주당 2400원(배당성향 44%)으로 확대했고 2016년 6200원, 2017년 5900원 등으로 배당을 꾸준히 늘렸지만 작년에는 다시 배당금을 750원으로 대폭 줄이면서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2924억원으로 2014년 연간 손실액을 상회한데다 총 5조원 규모의 RUC/ODC 프로젝트를 진행한 점도 기말배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고도화설비 투자로 부채비율이 2015년 100%대에서 작년 말 150% 수준까지 상승했고, 순차입금 규모도 2017년 2조6000억원에서 작년 3분기 4조8000억원으로 85% 급증했다.

반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작년 4분기 영업손실 2788억원을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39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했음에도 배당금은 예년 수준보다 오히려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간 현금배당액은보통주 기준 중간배당 1600원, 결산배당 6400원 등 총 8000원으로 전년과 유사했고, 2017년(6400원)보다는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에쓰오일에 대한 배당, 실적 기대치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작년 4분기에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에쓰오일의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 1분기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월 넷째주 배럴당 1.7달러, 2월 셋째주 2.7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을 하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3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월과 2월 싱가포르 정제마진 하락분이 반영될 경우 2000억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201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5년에는 배당액을 2400원(배당성향 44%)으로 높였다"며 "다만 올해는 1분기에도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배당금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배당금은 실적, 투자계획, 재무건전성 등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지난해 RUC/ODC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3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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