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4년 연속 영업손실 모면하려 적자부서 따로 떼내 자회사 설립 ‘무늬만 흑자 전환’

(사진=연합뉴스)


데브시스터즈, 넥스트리밍이 자회사를 설립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만들어 관리종목 지정에서 탈피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상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여기서 ‘영업손실’ 기준이 연결이 아닌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라는 점을 악용해 적자가 나는 사업부만 따로 모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나 게임사 등 연구개발비가 많이 투입되는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꼼수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흑자전환이 별도재무제표인지, 연결재무제표인지를 꼼꼼하게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clip20190318153433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바일 런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41억4300만원을 기록하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간신히 피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영업손실 38억원, 2016년 116억원, 2017년 106억원 등으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만일 2018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는 작년 5월 쿠키런, 데브시스터즈 마스, 데브시스터즈 스턴, 데브시스터즈 커넥티어 등 총 4곳의 자회사를 설립해 별도 기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게임을 개발하는 스튜디오를 별도의 자회사로 구분하고, 재무제표상 별도 기준으로 편입되는 본사는 퍼블리셔만 담당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을 꾀한 것이다. 데브시스터즈의 자회사는 기존 개발 자회사 오름랩스, 젤리팝 게임즈, 루비큐브, 메이커스 게임즈 등 4곳을 포함해 총 8곳으로 늘어났다.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자회사로 개편하면서 별도 기준 4년 연속 영업손실은 피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적자가 지속됐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영업손실 114억원으로 2015년(41억원), 2016년(121억원), 2017년(144억원)에 이어 4년 연속 영업적자였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재 데브시스터즈의 수익을 견인하는 게임은 사실상 ‘쿠키런:오븐브레이크’가 유일하다. 소셜 월드 건설 게임을 제작하는 데브시스터즈 마스 등 나머지 자회사들은 현재 신작들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매출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인건비로 인해 재무제표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각각 프로젝트 그룹들을 자회사로 설립한 것은 구성원간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서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게임업 특성상 신작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건비로 인해 적자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clip20190318154604

(주:넥스트리밍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키네마스터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 예정),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SW)전문기업인 넥스트리밍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간신히 피했다. 넥스트리밍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120억6300만원, 영업이익 22억17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14년(23억원) 이후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에 실패했다면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넥스트리밍은 작년 4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는 ‘넥스트리밍랩스’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관리종목 지정에서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실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26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개발·공급 비용이 작년부터 연결 재무제표로 빠졌고, 동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인 ‘키네마스터’ 매출이 전년보다 200% 증가하면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흑자전환’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회사는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키네마스터’로 사명을 변경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콘텐츠 개발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키네마스터 쪽 매출이 급증하면서 별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키네마스터 쪽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미리 예상했다면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애초부터 키네마스터에만 집중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스닥시장 상장사들 중 일부는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하거나 인력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4년 연속 적자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코스닥시장상장규정 28조에 따르면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관리종목 지정 후 1년 간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른다. 즉 ‘영업손실’의 기준이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라는 점을 악용해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자회사로 몰아넣고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흑자’로 만들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나 게임업체 같이 연구개발비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들은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손실나는 사업부에 대한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작업을 끝낸 다음에는 시장에 재무구조 개선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의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상장제도팀 측은 "연결 기준으로 하면 다양한 피투자기업이 섞이는 만큼 상장사 영업실적만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별도기준으로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며 "형식적인 규정을 피하거나 자구 노력 차원에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별도와 연결 모두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저작권 ⓒ에너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드로이드앱 다운로드

Copyright ⓒ ekn.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