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의 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자충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19 14:49

"회장님과 재무적 투자자(FI) 사이의 주주 간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도 자세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저희는 예정된 하반기 기업공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입니다."

FI의 풋옵션 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교보생명 관계자의 답이다. FI가 풋옵션을 행사한 뒤 중재 신청을 검토할 때에도 대답은 같았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FI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잘 아는 바가 없다지만 교보생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뚜렷하다. 교보생명은 설립 60년 만에 경영권을 위협받으며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제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네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가 팔려 경영권이 위협당할 것을 우려해 FI를 끌어들였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해당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이면서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신 회장이 외부 간섭을 피하기 위해 약속된 기간을 넘기며 상장을 미루자 결국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주당 40만9000원, 총 2조원이 넘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신 회장은 뒤늦게 IPO를 선언했지만 FI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분을 사가라는 입장이다. 이에 신 회장은 몇 가지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FI측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이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통보하면서 구체적인 지분가치, 납입기일 등을 밝히지 않을 경우 풋옵션 이행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주말 보도자료를 통해 FI의 중재 신청에 유감을 표시하며 다시 한번 협상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양측은 중재소송을 벌이게 됐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돌려주려면 상장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지만 중재 신청 돌입으로 상장 절차도 중단됐다. 향후 중재원이 지분 매각이나 지분 이전으로 결론을 내리면 신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은 외부 간섭을 피하고 경영권을 지키려다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너에 몰린 신 회장에게 회심의 카드는 없었다. 교보생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자도 잘 아는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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