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은 자연지진 아닌 촉발지진"…포항시민 환호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20 11:57

정부, 지열발전 상용화 중단하고 2257억 투입 재생사업…포항시민 줄소송 이어질 듯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원인이 지열발전 실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포항지진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 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사단은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국내외 조사단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포항 지열발전소와 지진 발생이 관련이 있는지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날 쉐민 게 해외조사단장은 "포항지열발전소에서 5번의 자극이 있었고 물 주입 지하정에 물을 넣으면서 지진이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물 주입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물 주입 이전에 있던 지하 단층이 물 주입 이후 활성화된 흔적을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본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단층기하학과 응력 방향을 합쳐서 해석할 경우 전체적 결론은 물 주입에 의해 포항지진이 촉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조사연구단장이자 지질학회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가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이라는 정부조사 연구단의 총괄 결론을 발표했다. 유발지진은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한 지진을 일컫는다.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열발전 실증연구 수행 중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을 이용한 물로 인한 자극이 있었다. 굴착할 때 발생한 물 누출과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확산된 공급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하고 누적돼 거의 임계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가 결론을 발표하자 행사장을 가득 채운 포항시민들은 "포항 63회 지진은폐 책임자 처벌하라" 또는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이 확실하다. 정부는 즉시 사과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포항지진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 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항시민 [사진=에너지경제신문]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로부터 촉발됐다는 결과가 나와 포항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 시민들은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시와 협조해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을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조속히 원상복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올해부터 5년 동안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통해 주택·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13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집을 잃은 이재민은 1800명에 달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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