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하남 감일지구 터널설치 민원 소극 대응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21 17:13

합의 없이 이격거리 30m 독단 설정
입주 예정자들 분진·매연 피해 주장
"보강공사 비용절감 목적" 지적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개발과 관련 이익 만 챙기고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땅 장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택지를 조성해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하면서 기반시설은 제대로 하지 않아 주민 불편과 민원을 낳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LH가 경기 하남시 택지지구인 감일지구 옆 위례 북측도로 기존 터널 사이에 추가 방음터널을 설치하면서 갑자기 입주예정 주민들과 합의 없이 기존 천마산터널과 추가 설치 방음터널 사이에 틈, 즉 이격(離隔) 거리 30m을 두기로 했다. 

위례신도시 북측도로는 위례~마천~감일~초이를 연결하는 왕복 6∼8차선 도로이다. 

이에 대해 감일지구 입주 예정자들은 이격 거리를 둘 경우 터널로부터 약 20∼30M 떨어진 감일지구 주민들이 터널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진이나 매연 등 공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일지구 B7 입주 예정자 협의회는 지난해 9월 하남시가 참여한 가운데 LH와 기존 천마산 터널과 기존 방음터널 사이 315m 구간에 설치된 방음벽 대신 방음터널을 추가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LH가 시공과정에서 입주 예정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천마산터널과 추가 방음터널 사이에 30m 이격 거리를 두기로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추가 방음터널 설치로 천마산터널(400m)∼추가 방음터널(315m)∼기존 방음터널(555m)구간 약 1.2km가 연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LH가 천마산터널과 이격거리 30m를 두고 추가 방음터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1.2km 터널에서 발생한 모든 매연이 이격거리 30m를 출구로 배출돼 그 피해가 바로 옆 감일지구 주택지구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 협의회는 추가 방음터널 건설 때 기존 터널과 연결, 1.2km 구간 모두를 터널로 연결하고 그 터널 내에 매연 등을 제거할 수 있는 방제시설을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LH와 하남시, 감일지구 입주 예정자 협의회 간 당초 추가 방음터널 설치 합의서에는 이격이나 연속터널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입주예정자 측은 "당시 합의서에는 방음터널 길이에 대한 내용 없지만 하남시와 LH 모두 315m 길이의 추가 방음터널을 공사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남시 관계자도 "합의할 당시 따로 설계도면을 보여준 것은 아니고 이격하겠다는 내용을 미리 언급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의 이후 5개월 뒤인 지난달 말 LH가 30m 이격하고 추가 방음터널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국민권익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공식 확인됐다. 

당시 권익위는 LH에 이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아직 미제출인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 담당자는 "추가 방음터널을 이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인데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아 재촉 중"이라고 답했다.

LH 측은 터널 등급 상향을 이유로 꼽았다. 

LH 관계자는 "방음터널을 연속적으로 설치할 때는 터널 등급이 상향된다"며 "등급이 상향되면 그 기준에 따라 기존 터널에도 비상대피로 등 방재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붕괴위험 등 구조상·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방음터널 공사 시 이격하면 4등급에 해당되는데, 이격하지 않고 연속적으로 방음터널을 설치하면 2등급으로 올라간다.

하남시 관계자는 "터널이 2등급으로 상향되면 기존 터널에도 비상대피로 등 방재시설을 등급 기준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기존 터널이나 추가 방음터널의 등급을 상향하지 않고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터널 간의 거리를 20~30m 이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터널에 방재시설을 보강 공사하는 데에 드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나 LH 측 모두 관련 전문가들이 있으니 설계를 처음 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보강공사를 해야 하니 이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일지구는 168만7570m²면적에 1만2907가구를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이다. 2010년 사업이 시작돼 지난해 말 주택 분양이 시작됐으며 내년 말 사업이 완료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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