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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김민지 차장

[에너지경제신문=김민지 기자]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후 유엔(UN)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돼 관련 단체들이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한다. 올해도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여성의 날 기념 행사가 열렸다.

그로부터 111년이 지난 지금, 산업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고용노동부는 최근 3년 연속 여성 고용 비율이 저조한 사업장 50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사업장은 3년 연속 여성 고용 비율이 업종별·규모별 평균 70%에 미치지 못하면서 고용부의 적극적 고용개선 이행 촉구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곳이다.

우리 사회의 어느 곳이든 여성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정부와 기업들은 여성 등용 문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국내 제약업계에서 여풍(女風)이 불고 있어서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내수 영업 위주로 성장하면서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아왔다. 그래서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도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영업사원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제약사들이 윤리 경영과 새로운 영업 전략에 나서면서 여성 인재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오너 2세 여성들의 경영 참여도 늘고 있다. 이들은 대표이사 등 주요 보직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신일제약은 창업주 홍성소 회장의 장녀인 홍재현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010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한 신일제약은 8년 만에 오너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삼아제약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허억 명예회장의 딸 허미애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아제약은 허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준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 총괄을, 허미애 대표이사가 해외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 여성 전문경영인 타이틀을 보유한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유 사장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유 사장은 1999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2015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당시 부광약품은 유희원 부사장을 김상훈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단독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연구원 출신으로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의 유리천장을 뚫은 대표적인 인물로 통한다.

제약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수는 극히 미미하다. 아직까지 회사 내부에서 여성들이 체계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또 결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이 많은 탓에 인력풀이 미비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여풍이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즐비하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여성 직원들을 고려한 기업문화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또 경력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출산ㆍ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와 제약업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유리천장은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낼 자리부터 만들어줘야 깨질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해 제2, 제3의 여성 CEO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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