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나유라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현 정부는 금융을 제조업의 보조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보세요. 금융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한 가지라도 있나요. 제조업과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잖아요."

지난 21일, 취재원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뉴스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뉴스에서는 같은 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 행사에 참석했고, 당국이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혁신금융 추진방향’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고, 혁신·중소기업에 향후 3년간 100조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왜 이런 대책에 ‘혁신금융’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용을 보지 않는다면 마치 정부가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금융 추진방향’보다는 ‘제조업 성장을 위한 금융업 지원 방향’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렸다.

당국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제조업’ 살리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볼멘소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금융당국이 2016년 야심차게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만 봐도 그렇다. 벌써 정책이 발표된 지 2년 6개월여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초대형 IB의 기본인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두 곳에 그쳤다. 나머지 증권사는 자기자본 요건을 다 채웠음에도 공정위 조사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 역시 기획재정부가 ‘세수’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다가 최근에서야 올해 상반기 중 상장주식에 한해 0.05%포인트 ‘찔끔’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제금융경쟁력이 뒷걸음질 친 것은 어찌보면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25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세계 112개 도시 가운데 36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 순위는 2015년 9월까지만 해도 6위였다.

금융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서서히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금융은 규제산업도 아니고 제조업을 지원하는 ‘보조수단’도 아니다. 당국은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가 6위에서 36위로 급격하게 추락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포퓰리즘만 앞세운 정책만으로는 금융업, 증권업, 더 나아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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