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ㅣ인터뷰]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전력 정책 근간 제대로 구축해야 에너지전환도 성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3.25 15:14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력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 폭염,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 해결에도 전력시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전력거래소 조영탁 이사장을 만나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에너지전환 시대, 전력거래소의 역할과 비전을 알고 싶다.

▲지금까지는 발전, 송배전, 판매를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세 분야가 긴밀하게 연관돼야 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최고 실무 기관으로써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원별 비율 조정 등의 문제에 해결을 위해 정부, 한전, 발전사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도매시장제도 개선’, ‘혁신적 계통운영체계 구축’, ‘계획정책 지원체계 정립’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매시장개선에 있어서는 전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전력시장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규제를 통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친화적으로 가야 한다. 탄소배출권이나 환경비용을 반영해 급전순위가 달라져야 한다. 시장친화적으로 전력시장을 바꾸는 것이 남아있는 과제다.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한 지난 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이 컸지만 무사히 넘긴 점도 성과다. 거래소는 모든 불확실성을 고려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10년만의 폭염이었던 데다 원전가동률 역대 최저, 전력수요 또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7% 예비율선이면 무난하게 방어했다고 본다. 

혁신적 계통운영체계 구축은 수요자원거래(DR)시장, 소규모중개시장을 만든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시장 참여자와 물량을 늘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현재 20개 정도 대규모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정책 지원체계 정립을 위해 정부와 한전, 거래소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발전소 입지 선정, 계통연계, 발전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 사이 협조는 물론 정부 도움도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최근 에너지공단과 MOU를 체결했다. 올해는 전력 유관기관과의 협력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여전히 간헐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필수다. 신재생에너지 약점인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예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원을 통합해 전체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별도의 시장을 만들 계획도 하고 있다. 백업 발전설비 사업자들이 보조서비스를 넘어 제값을 받고 운영할 수 있게 비용문제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연계는 결국 비용문제다. 건설비나 발전단가가 얼마나 빨리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이긴 한데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계통 편입은 비용 상승요인이다. 결국 국민들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수용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력시장개방 등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참여자가 증가하고 있어 이해관계자 간 갈등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 전력이라는 시장 특성이 있으니 감시와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맞는데 지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재조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유연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에너지전환, 에너지신산업도 육성될 수 있다. 정부와 시장의 정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주도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결국 시장매커니즘이 구축돼야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정부가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을 잘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전환이 계속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중간점검과 목표달성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수치적 결과보다 합리적 계획수립이 중요하다. 지금 에너지전환 정책은 수치에 매몰돼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아무리 높게 잡아도 계통이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형성 등 중간중간 필요한 장치들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거나 효율이 떨어지면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늘어나며 전력수급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를 줄이기 위해 입지나 계통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근본적 판이 잘 형성되면 수치적 목표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 수치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앞으로 전력수급계획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3020’ 목표 달성보다 새로운 전력시장 구축과 수급방식 등에 대해 유관기관의 협력 프로세스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가보지 않을 길이기 때문에 절차를 잘 만들어야 한다. 어느 정부든 전력수급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거래소는 에너지전환, 전력시장개편, 에너지신산업 육성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근본을 마련하고자 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가락보다 달을 봐야 한다. 중요한 건 달이다.

전지성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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