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만난 조원태·박세창...연착륙이냐 불시착이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7 16:26

조원태, 한진칼 지분 확보시 상속세 부담
조현아 등과 '경영권 다툼' 배제 못해
자산 매각 등 현금 마련후 안정화 주력

박세창, 아시아나 통매각시 대표직 '상실' 위기
금호고속 지분 21% 그룹 지배력 탄탄
매각 성공시 그룹 재건 가속도 붙을 듯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으면서다. 각 그룹사의 새로운 기장 역할을 맡게 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칫 불시착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과 아시아나가 속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가 크게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다. 한진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의 다양한 ‘갑질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며 혼란이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조원태 사장이 조 회장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시대를 열 것으로 예측한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도 나름대로 탄탄하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상당히 많다는 게 걸림돌이다.

조 사장은 당장 한진칼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의 지분 가운데 총수 일가의 우호 지분은 총 28.95%다. 이 중 대부분인 17.84%는 고(故) 조 회장의 것이다. 조 사장이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는 셈이다. 상속세 마련도 문제다. 17.84%의 지분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170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배당 확대나 일부 지분 처리 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며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3.6%를 가지고 있다. 3대주주는 6.70%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의 경영권 다툼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사장(2.34%) 지분은 조현아 전 부사장(2.31%)이나 조현민 전 전무(2.30%)와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향후 한진, 정석기업 등 지주사 외 다른 지분과 부동산 자산 등을 팔아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 주총에서 KCGI와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정된 만큼 내년 3월까지 그룹 연착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당장 거취부터 고민해야 하는 형국이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당초 세웠던 계획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돈이 약 1조 3000억 원에 이르고 당장 이달 말 600억 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와 아시아나를 매물로 내놨다.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를 거쳐 주력사인 아시아나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계열사 사장 자리를 처음으로 맡으며 기업공개(IPO)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다만 아시아나 ‘통매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76.22%를 보유한 시스템통합 기업이다. 박 사장은 그룹 내 다른 공식 직함이 없다.

다만 그룹 내 지배력이 탄탄하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박 사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고속 지분 21%를 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각 계열사 등 구조로 이뤄졌다. 아시아나를 성공적으로 매각할 경우 그룹 재건 작업을 차근차근 펼칠 수 있는 셈이다. 박 사장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등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대 국적사가 비슷한 시기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다른 상황에 처한 3세 경영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조원태 사장과 박세장 사장 모두 그간 뚜렷한 경영 성과가 없는 만큼 이번 혼란을 잘 수습하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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