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이엔티 ‘무리한 자금조달 계획안’ 퇴짜...KB자산운용 "주주가치 희석된다" 강력태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8 08:26

"발행주식수 늘리고 CB·BW까지 5배 확대하면 기존 주주들 손해" 주주서한 발송

▲(사진=인선이엔티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를 기존보다 5배 확대하려는 안을 추진하려다가 태클에 걸렸다. KB자산운용은 CB와 BW의 한도를 갑자기 늘리게 되면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되는만큼 투자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인선이엔티의 대주주가 사모투자펀드(PEF)인 만큼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해서 한도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이달 초 코스닥 상장사 인선이엔티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KB자산운용은 인선이엔티 지분을 5%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해당 서한에서 지난달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사측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인선이엔티는 당시 주총에서 발행예정주식의 총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5000만주로 약 2배 확대하고, 전환우선주의 발행한도를 800만주로 신설하는 내용을 표결에 붙였다. 또 CB와 BW의 발행한도를 각각 기존 3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추진했다. 전환사채란 사채로 발행되지만,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소유자의 청구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의미한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주주가치가 희석되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선이엔티의 발행예정주식수 8000만주 가운데 실제 발행된 주식 수는 3700만주로 소진율은 46%에 불과하다. 또 전환우선주 800만주는 현재 발행된 주식 총수의 21.6%에 달하는 것이다. 즉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21.9%의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셈이다.

전환사채를 1200억원이나 늘리는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다. 현재 인선이엔티의 시가총액은 3805억원이다. 이 상태에서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1200억원이나 늘리게 되면 주식가치는 31.5%나 희석된다.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이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인선이엔티 정관변경 주요 내용.(자료=금융감독원)


특히 업계에서는 인선이엔티가 주주가치 희석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주와의 소통 없이 해당 안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상장사가 전환사채 한도나 발행주식수 한도를 늘리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주주들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전환사채 등 한도를 기존보다 5배가량 늘리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으로 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주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인선이엔티의 대주주가 아이에스엠버제일호로 아이에스동서의 사모투자펀드(PEF)인 만큼 기업 가치를 빠르게 높이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해서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기존 사업과 연계성이 있는 매립지나 소각장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줬지만, 그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주주들 입장에서는 이번 정관변경을 통해 회사가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중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안건은 주식발행으로 조달가능한 금액을 1043억원에서 3443억원으로 늘리는 계획이다"라며 "주식가치 희석을 고려하더라도 신규 투자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이 가능한지 판단하려면 투자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를 위한 신규자금 조달은 회사채 발행,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을 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선이엔티 측은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정관은 1997년 회사 설립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회사 규모에 따라 미리 정비하는 차원에서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KB자산운용이 보낸 주주서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선이엔티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사천 매립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들어 주가가 63% 넘게 급등했다. 17일에는 장중 1만5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선이엔티는 지난달 29일 신규사업장인 사천 매립장 시설투자에 대해 최종 설치 검사를 통과했다. 인선이엔티는 이달 말 매립장 시설 투자를 완료하고 다음달부터 매립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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