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시장 과열경쟁 심화...스타트업 '퇴출 위기' 고비 맞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8 11:56

IT산업 출신들도 전기차산업 뛰어들며 과열경쟁 심화
中 정부 6월 보조금 삭감도 한몫…스타트업 거품 사라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업체 뿐만 아니라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부동산 기업 에버그란데 등 대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스타트업들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급속도로 팽창한 전기차 스타트업…"대다수 퇴출당할 수 있어"

17일 중국 전기차 매체 EVSMC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전기차 업체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전기차 업체는 약 486개로 2년 전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 160만대에서 2025년 70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500개에 가까운 전기차 업체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기차 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1년에 몇 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제조업체들은 폭스콘, 알리바바, 에버그란데 등의 기업으로부터 거대한 투자금액을 지원받아 명맥을 겨우 유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기차 스타트업에 투입된 금액만 총 180억 달러에(약 20조 4426억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약 390만대의 전기차가 매년 생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NIO)는 바이두, 텐센트 등으로부터 약 10억달러(약 1조888억원)를 투자받아 지난 2014년에 설립됐다. 니오는 2020년까지 미국 내 자율주행 EV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같은 해 중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 ‘러에코’는 에버그란데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미국에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를 설립했다. 에버그란데는 또한 20억 달러(약 2조 2300억원)의 자본금으로 광둥성 광저우시에 ‘헝다신에너지자동차’를 최근 설립했다. 에버그란데는 향후 5년 이내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제조업체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자동차가 아닌 IT산업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이 자동차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추가 자금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란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스타트업 전기차 브랜드인 체헤지아(Chehejia)의 리샹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들이 내년까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퇴출 위기를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씩 문 닫게 되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다"며 "특히 이미 자리 잡은 제조업체들도 수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매력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패러데이 퓨처는 ‘테슬라 대항마’로 불릴 정도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지만 에버그란데의 20억 달러 자금조달이 무산되자 지난해 10월 말 경영 위기에 몰렸다. 에버그란데그룹 측은 패러데이퓨처가 자금을 낭비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해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에 패러데이 퓨처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20%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였고 핵심 인력까지 유탈하는 상황을 말 맞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패러데이 퓨처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대의 전기차 양산에 나서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소재 독일 컨설팅 기업 롤란드 베르거의 토머스 팽 컨설턴트는 "전기차의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마케팅과 생산 개발에 투입됐던 비용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이 든다"며 "비용계획부터 벌써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양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기차 산업에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들어오고 있다"며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현재 생사를 결정할 중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샹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1년 이내 대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이 퇴출을 면치 못할 것이다"며 "지금까지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약 90%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미지근한 점 또한 스타트업들의 또다른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지만 이는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인 2370만대의 4%에 불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블룸버그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100만대가 돌파 될 수 있었다"며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크지만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거대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중국의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의 여파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 9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면서 중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즉, 중국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이지만 결국 경쟁력 있는 업체들만 살아남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셈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추이동슈 사무총장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는 경쟁력이 강한 업체들이 차지하게 될 몫이다.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보조금 삭감에 해외기업 시장 진출까지…스타트업 생존 더 어려워진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올해 6월부터 하향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급성장을 맞이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 삭감계획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기존의 6만6000위안(약 111만3800원)에서 2만7500위안으로 약 50%가량 낮추고 내년에는 이를 완전히 중단한다.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의 조우레이 컨설턴트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조정 정책으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제조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전망이다"고 전했다.

여기에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의 생존률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테슬라는 지난 2018년 5월 중국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현재 상하이에 건설중인 ‘기가팩토리3’(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공장)의 5월 가동을 앞두고 연말까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에서 총 1만 4467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SUV ‘ID’ 시리즈를 선보였고 포드자동차는 중국에서 향후 3년간 30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하기로 밝힌 가운데 그중 3분의 1은 전기차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짐 해켓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세계 스마트 차량 시장을 이끌고 있고 이는 포드비전의 핵심 부분이랑 일치하다"고 밝혔다.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FAC), 혼다, 미쓰비시는 공동으로 광저우자동차그룹(GAC)와 손잡고 전기차 합작 생산에 들어갔다. 4개 업체는 GAC가 개발한 전기차 SUV를 GAC로부터 구매한 후, 각각의 브랜드 전략에 맞게 차량을 개조한 후 시장에 판매하는 계획이다.

또 중국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야디는 전기차 제조에 이어 최근 전기버스 생산·수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비야디는 미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헝가리, 벨기에 등 5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에서 전기버스 300대 생산 기록을 세웠고 벨기에 공항에 전기버스 30대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이유로 비야디 등의 굳건한 업체들만이 보조금 삭감이란 악재와 전기차 시장 경쟁에 버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왕찬푸 비야디 총재는 "기반이 탄탄한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전기차 핵심 기술들을 확보해야 시장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입지는 앞으로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예고되는 셈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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