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2년 만에 또 제품 브랜드화 추진
포스코·동국제강, 이미 기가스틸·럭스틸 등 다양한 브랜드 보유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대표적인 B2B(기업간 거래) 업종으로 알려진 철강산업이 마케팅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홍보만 신경썼던 보수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자사 제품을 전면에 제시, ‘제품 브랜드화’를 통해 기술력 각인과 시장 내 입지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철강업계는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수출 감소, 자동차 등 전방산업 생산 부진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제품과 기업을 동시에 알리면서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일석이조’ 전략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현대제철은 최근 자동차 소재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합한 브랜드 ‘에이치 솔루션(H-SOLUTION)’을 선보였다. 에이치 솔루션이란 고장력강·핫스탬핑 등 자동차용 소재 단위에서부터 성능과 원가,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물성·성형·용접·방청·도장·부품화를 아우른 서비스로, 안전과 친환경적인 초고강도 경량 차체 실현을 특징으로 한다.
현대제철이 제품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들은 앞서 2017년 11월 내진 철강재 브랜드 ‘에이치코어(H-CORE)’를 발표한 바 있다. 에이치코어가 오직 지진에 강한 철근 제품만 대상으로 한 브랜드란 것을 고려하면 에이치 솔루션은 제품에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개념으로, 한층 확장된 제품 브랜드화에 가깝다.
현대제철이 2년 만에 두 번째 제품 브랜드화를 선언한 것은 자사가 갖춘 기술력과 특화된 서비스를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철강업이 B2B 사업인 만큼 짧은 시간에 매출 상승 효과, 영업력 확장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제품 브랜드화를 통해 자사만이 보유한 제품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측은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했던 내진용 강재를 알리기 위한 측면에서 에이치코어 브랜드를 출시했고, 이후 시장 저변 확대까지 꾀하고 있다"며 "에이치 솔루션은 차 솔루션 브랜드로, 자동차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역시 기가스틸(Giga Steel), 포스맥(PosMAC) 등 다양한 제품에 브랜드 네이밍을 부여해 제품 홍보를 진행 중이다. 기가스틸이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강판을 말하며, 포스맥은 포스코가 개발한 고급 철강재를 뜻한다.
특히, 포스코는 최근 이들 제품 전용 홈페이지를 선보이면서 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건물 등 일상에 사용된 다양한 철강제품을 소개함으로써 방문객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제품 특장점을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 가상전시관, 자동차부품 360도 뷰어 등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보다 앞서 제품 브랜드화를 추진한 업체로 유명하다. 2011년 국내 최초로 건자재용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출시, 대외적 홍보와 동시에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럭스틸은 고급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으로 내식성, 내후성, 그리고 가공성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동국제강은 가전용 프리미엄 컬러강판 ‘앱스틸’, 신개념 코일철근 ‘디코일’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보유 중이다. 이 회사는 선제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제품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 수요 감소와 경쟁이 심화된 철강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단순한 기업 홍보만으로 이미지 제고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특화 제품의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보호 무역주의 강화로 시황 악화가 점쳐진 상황 속에서 철강재 브랜드화를 통해 우리 철강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것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