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가업(家業) 지키기와 승자의 저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18 16:05

한치호 여주대 겸임교수

한치호 여주대 겸임교수

▲한치호 여주대 겸임교수

금호그룹이 아시아나 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의 강력한 권고에 결국 오너가 손을 들었다. 많은 언론들은 승자의 저주에 걸려서 결국은 재계순위 7위까지 올라갔던 그룹이 중견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승자의 저주는 결국 자업자득이다. 기업의 능력-여기서는 경영, 자금, 기술 등 포함-이 부족함에도 무리해서 매물로 나온 더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면서 발생되는 일이다. 특정한 경영자나 기업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빚어지는 선택과 해결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기업가 정신과 문화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더욱 튼튼한 기업과 국가경제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승승장구 할 줄 알았지만 전체 그룹의 재무구조를 뒤흔들었고 곧이어 벌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위기에 빠지게 된다. 결국 비싸게 인수한 두 기업을 그대로 토해내고 지금은 30여 년간 야심차게 경영해온 항공사까지 팔게 된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자구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오너 일가의 퇴진 없이는 그룹자체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압박한다. 그러다가 결국 채권단의 요구를 수요하고 만다. 여기에는 가업을 지키기 위한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선친이 택시 2대로 시작한 그룹의 가업까지 통째로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지금 아쉽고 안타깝지만 결단을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차근차근 힘을 키우고 능력을 키워서 더 나은 기업으로 만들면 된다. 자칫 오기와 고집으로 가업까지 완전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난달 승자의 저주에 걸렸던 다른 기업도 매각했던 기업을 다시 매입했다. 사명도 과거의 사명으로 다시 바꾸고 심기일전 과거와 같은 기업의 영화를 누리기 위해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한 번의 실패를 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사실 이 회사도 가업과도 같은 기업을 매각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절치부심 능력을 만들어서 되찾을 수 있었다.

과거 근무했던 기업에서도 가업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희생했던 모습을 보인 뒷이야기가 있다. 창업자와 동생 두 분이 기업을 일으켰으나 창업자가 돌아가시고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급기야 창업자의 동생분이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자칫 경영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칫 다른 지분까지 합하면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이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나서서 가업은 지키자는 간곡한 설득에 지분 매각을 포기하고 서로 원만히 오해를 풀고 정리되는 상황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 한진그룹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돌아가시면서 상속세와 관련해서 경영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주총대결에서 한진칼에서는 그룹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결되었지만 대한항공 이사에서는 선임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보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의 유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 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 뜻은 과거 형제간에 분쟁이 일어난 기업들을 보면서 본인의 사후에라도 가족들이 협력해서 가업을 잘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한진이나 금호나 사실 형제간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장안의 사람들이 모두가 알고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서로 형제가 반목하고 갈등하면서 잘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한진은 해운과 중공업을 포기했고, 금호도 항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사실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기업을 창업하고 키우는 것보다 수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많은 기업들을 보면서 알고 있다. 언론에서 ‘왕자의 난’이니 ‘형제의 난’이나 하면서 연일 보도되는 것도 많이 보았다. 그 결과가 어떤지도 국민들은 직접 목격했다. 따라서 가업을 지키는 일이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 가정도 기업, 국가도 마찬가지다. 잘 지키고 부강 시키는 일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가족, 구성원,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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