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취임식에서 이미선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당의 공세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은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예고해 향후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12시 40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두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이번 결정은 전임자인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의 임기가 전날 종료된 만큼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신임 재판관의 임기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시작한다.
이번 임명안 재가는 문 대통령이 국회에 제시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기한인 18일 자정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및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보고서 채택은 끝내 불발됐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공세에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 제기되는 인사검증 책임론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간 대립이 격해지면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등 각종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할 4월 국회는 계속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미선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장외투쟁까지 예고했다.
한국당은 주말인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당원과 지지자 1만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에서는 이번 인사 문제 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현 정부 정책을 규탄한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도 부적격한 이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 인사라인 경질 등을 요구하며 한국당과 보조를 맞추고 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문재인 정권 성향의 재판관으로 채워져 이제 더 이상 의회 내에서 법 개정 투쟁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며 "우리법연구회와 민변 등 철저한 코드 사슬로 엮여있는 이 후보자 임명은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홍원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정치공세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한국당은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으로 여론몰이만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측이 주식 보유·투자 논란과 관련해 해명했고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 의혹이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부합산 35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헌법재판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남편인 오모 변호사와 합쳐 재산 42억6천여만원 가운데 83%인 35억4천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OCI그룹 계열회사인 이테크건설(17억4596만원)과 삼광글라스(6억5937만원) 보유 주식이 전체 재산의 절반을 넘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1대, 2대 주주로 있는 열병합 발전기업 군장에너지의 상장 추진 정보를 미리 알고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보유한 주식을 전부 처분하겠다고 약속했고, 남편 오씨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식 처분을 약속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