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금융증권부 차장
▲김민지 차장 |
[에너지경제신문=김민지 기자]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메디컬 드라마 ‘하얀거탑’. 이 드라마는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의료 현장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극중 종합병원 외과과장 장준혁이 제약회사로부터 고가의 양주와 돈뭉치를 받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병원과 제약사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장면이지만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선 어떨까. 현행법상 제약회사는 의료인과 약사에게 판매촉진 등의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제약사와 의료기관, 의사와 이뤄지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드라마에서처럼 노골적이거나 상당한 액수의 금품이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리베이트 루트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병원 신축비, 장학금, 학회나 세미나 등 각종 행사 기부금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제약업계는 연이은 불법 리베이트 이슈로 ‘우울한 연말’을 보냈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들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등의 낭보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기업 이미지는 물론 기술수출 계약 등 해외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수출 계약을 할 때 상대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경영 등을 중요시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올해 들어서 제약사들이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제약사들이 불법 로비와 리베이트 등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부패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CP는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기업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운영하는 준법 시스템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CP 운영 및 유인 부여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됐다.
올 들어 종근당, 동화약품,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대원제약, 한올바이오파마, GC녹십자, 일동제약, 휴온스 등의 기업들이 2019년도 상반기 CP 운영 강화 계획을 공시했다.
최근에는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반부패경영시스템인 ‘ISO37001’ 인증 도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ISO37001’ 인증은 기존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여하는 윤리경영 지표인 CP등급 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사를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졌다.
현재 ‘ISO37001’ 인증을 획득한 제약사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코오롱제약, GC녹십자, 대원제약,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동아쏘시오홀딩스, 동구바이오, 명인제약, 보령제약, 안국약품, 종근당, 휴온스, 제일약품, 엠지, 영진약품 등 19개 기업이다.
제약사들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사법적 조치에 이어 업무정지 등 처벌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의약계의 리베이트는 마땅히 깨뜨려야 할 불법 관행이다.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여야 리베이트 관행도 뿌리 뽑을 수 있다.
김민지 기자 minji@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