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민의 눈]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제로페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2 14:18
lee yu min

▲금융증권부 이유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제로페이요? 사용하시는 분이 많은 건 아닌데 바코드는 여기 있으니 결제해주시면 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방문해 홍보 캠페인을 펼쳤기 때문일까. 지난 주말 인파가 북적이는 DDP 밤도깨비 야시장 점포에는 대부분 제로페이 바코드가 마련돼 있었다. 이달 중순 박 시장은 반포한강공원 밤도깨비 야시장을 직접 찾아 제로페이 사용을 장려한 바 있다. 밤도깨비 야시장은 이달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시내 주요 중심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제로페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 박 시장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밤도깨비 야시장 참여 점포마다 제로페이 바코드를 설치했다.

제로페이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기존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중은행 어플에는 제로페이 서비스 탭이 마련돼있다. 첫 사용 시에 3분 남짓의 간단한 인증만 받는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계좌 이체 방식으로 결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바코드 인식에서 계좌 이체까지 로딩이나 오류 없이 아주 쉽게 결제가 진행됐다.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마주한 제로페이 첫 사용 소감은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밤도깨비 야시장을 벗어나 일반 가맹점으로 이동했을 때 발생했다. 밤도깨비 야시장이 진행되는 DDP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음식점이었지만, 제로페이의 존재조차 모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 가맹점주는 제로페이 결제되냐는 기자의 물음에 "제로페이가 뭡니까? 삼성페이 같은 거예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저녁 내내 동대문 일대에서 제로페이 사용을 시도했지만, 결국 허탕이었다.

최근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게 제로페이 광고물을 볼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 옥외 광고판뿐만 아니라, 버스에서는 제로페이 음성 광고까지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런 제로페이 광고는 단순 ‘이름 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시민들이 제로페이의 존재 자체는 인식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소상공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와 정부가 주도해 제로페이라는 결제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 까지는 인지하지만, 가맹점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시민들이 이용하려고 해도 가맹점주가 제로페이 사용자에 난색을 표한다면 결국 제로페이 사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서울시내 허공에 제로페이 이름을 외쳐대기 보다는 사용 가맹점의 수를 대폭 확대해 탄탄한 사용망을 구축해야 할 때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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