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3기 신도시 조성…‘강제 수용 제도’ 문제없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2 13:55

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기고=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경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과천, 인천 계양 등 모두 4곳을 3기 신도시 지역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하반기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내년 지구 계획 수립과 보상에 들어가 2021년부터 주택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은 첫 단계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용 지역의 현지 분위기상 이달 말 예정된 전략 환경영향평가 관련 주민 설명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제 수용을 당하는 주민들이 수십년간 닦아온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기는 것에 반해 정부의 보상 방식과 수준에 납득할 수 없다며 지구 지정 철회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민 반대로 주민 설명회가 무산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설명회 자체를 생략하고 전략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속행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초기부터 사업 시행자와 피수용자간 대립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번 3기 신도시 4곳은 참여정부 시절 2기 신도시와 혁신 도시 지정 이후 오랜만에 발표된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발표된 공공택지지구까지 합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역대급’ 택지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수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그동안 잠재됐던 우리나라의 수용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불만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방적인 강제수용 결정에 대한 불만 △재정착 대책 미비에 대한 불만 △보상 가격 책정 방식·수준에 대한 불만 등이다.

먼저 기습적으로 이뤄진 사업 지구 발표에 대한 불만이 공통적으로 매우 크다. 택지지구 지정에 대한 공람 공고 후 ‘계획 백지화’, ‘사업 자체 무산’ 등이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피수용자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어나는 일방적인 강제 수용 방식에 당연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공시지가 제도를 운영중인 일본의 경우 공익 사업 시행에 필요한 토지는 사전 협의에 따라 취득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공용 수용 목적의 사업 인정 신청 요건을 ‘3년 이상 협의’했거나 ‘협의 취득률 80% 이상’을 충족하도록 한 지침을 운영하고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수용자의 재정착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현행 보상에 관한 법률과 관련 지침을 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의 경우 이주자 택지 등을, 자진 협의해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한 피수용자에게는 협의 양도인 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 영업자, 영농자, 축산업자 등에게는 생활 대책 용지를 공급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비주거용 건축물 소유자의 이주 대책은 협의 양도인 택지 외엔 전무한 실정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라 하더라도 소유 주체가 법인이나 단체일 경우 역시 재정착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토보상을 활성화할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대토보상의 경우 보상 시점에 면적이 확정되지 않고 신청 당시에 공급 당시 면적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매우 많다.

피수용자의 가장 궁극적인 불만은 보상 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지 공시지가 기준 감정 평가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적정성 검토를 하도록 규정해 시세를 반영한 보상 가격 책정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걸음 더 나아가 ‘인근에서 대체 토지를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상 거래 가격 보상을 법령으로 규정해 우리나라보다 완전한 보상 측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소유 토지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수용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수용·보상 제도가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할 때 외국 국적자가 수용을 당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 국토부는 공익 사업 범위와 보상 수준 현실화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보상 제도 정비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정비되는 수용·보상 제도에서는 보상 가격 수준 현실화에 대한 대책과 함께 사업 인정 시 현지 주민과의 사전 협의 과정을 중시하는 절차, 원주민 재정착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제도가 도입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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