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뚝심 전략’···CJ제일제당 가정간편식 韓 밥상문화 바꾼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4.22 16:32

▲이재현 CJ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음식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이 중요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키우겠다는 신념 아래 ‘뚝심 전략’을 구사해 국내 식품·외식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철저한 R&D와 시장조사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인 뒤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전개, 다양한 품목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CJ제일제당을 앞세운 이 회장의 진격에 HMR 경쟁사들은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간편죽’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비비고죽’ 시식 물량을 대거 투입하고 가격 할인 이벤트 등을 펼치고 있다. 배우 박서준이 출연한 TV 광고도 방영 중이다.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비비고죽은 출시 100일만에 누적판매 500만개를 돌파했다.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20%대에 진입했다. CJ제일제당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거 간식이나 병원에서 찾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죽이 아침 등 식사대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대표 제품 이미지

CJ제일제당 측은 "비비고 죽은 회사만의 상온 HMR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집합체"라며 "일부러 전문점에 가거나 포장해 오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하게 일상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소비자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간편죽 시장은 ‘양반죽’을 앞세운 동원F&B가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CJ제일제당과 오뚜기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경쟁사들은 일제히 비상등을 켜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CJ제일제당이 대규모 물량과 할인 공세를 펼쳐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해태 고향만두가 독주하던 만두 시장에 비비고 만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2년 27.3%였던 비비고 만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4.4%까지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해태 고향만두의 점유율은 27.5%에서 15.6%로 하락했다.

식용유도 분위기가 비슷하게 흘러갔다. CJ제일제당은 사조해표가 1위를 달리고 있던 식용유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2017년부터 왕좌를 빼았았다. 작년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뚝심’이 국내 소비자들의 밥상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은 뒤 판촉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면 생활패턴이 CJ제일제당 제품 위주로 형성된다는 게 골자다.

이 회장의 행보는 외식 업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편죽 시장을 과감하게 키우자 기존 죽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던 ‘본죽’ 등 브랜드가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최근 한식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거나 이색 죽 제품을 내놓으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배우 공유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며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1000억 원대 비용을 투자해 HMR 시장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CJ제일제당의 HMR 브랜드 매출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 회장은 내년까지 해당 제품 매출을 3조 60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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