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새로운 소형 SUV 베뉴.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풀 라인업’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소형 제품부터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하는 대형 모델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해 글로벌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SUV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을 경우 양사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최근 자사 SUV 라인업의 막내인 소형 SUV 외장 랜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컴팩트 시그니처’를 키워드로 개발된 이 차는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 역시 연내 엔트리(생애 첫 차)급 SUV를 출격시킨다. 현대차는 신차 차명을 ‘베뉴(VENUE)’로 확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조금씩 수립해 나가고 있다. 차명 베뉴는 영어로 특별한 일이나 활동을 위한 ‘장소’를 의미한다. 베뉴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19 뉴욕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은 뒤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고 전해진다.
현대·기아차는 막내급 소형 모델을 각각 출시하면서 모든 체급에 SUV를 보유하게 됐다. 현대차는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SUV 선택지를 제공한다. 기아차는 스토닉, 쏘울,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 등을 판매한다. 제네시스 역시 연말에 브랜드 첫 SUV를 출시한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차량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SUV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신규 소형 SUV 랜더링 이미지. |
SUV는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버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승용차 수출 물량은 234만 13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반면 SUV 수출은 138만 6539대로 6.7% 증가했다. 2000년 19만여대에 불과했던 SUV 수출량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매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 SUV를 접해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국내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월 중 계약해도 연내 차량을 인도받기 힘들 정도다. 지금까지 누적 계약 대수는 6만 5000여대에 이르고, 이 중 대기 물량이 4만여대다. 다만 현대차 노조가 팰리세이드의 증산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당초 예상치보다 수요가 엄청나게 몰리고 있는데, 노조는 업무 부담이 커진다며 추가 생산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부터 팰리세이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도 공략한다.
미국에서는 기아차의 현지 모델 텔루라이드가 쌩쌩 달리고 있다. 대형 SUV인 이 차는 지난 3~4월 두 달 연속 5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 차의 신차효과에 힘입어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 점유율은 최근 2년 내 최고치를 찍었다. 이 밖에 현대차 코나·싼타페, 기아차 쏘울·스포티지 등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 내 엔진헤드 제조공장의 가동을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서 현대차는 엔진 생산량 확대를 위해 지난해 3억 88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 공장에서는 현대차 신형 엔진 등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판매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SUV는 세단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당 판매 단가가 더 비싸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1분기 실적이 반등한 데는 SUV 판매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며 "새롭게 라인업이 추가되는데다 모하비 등의 상품성 개선 시기가 돌아오는 만큼 향후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