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제네시스가 세단 라인업 막내 G70(지 세븐티)를 내놨을 때 업계를 지배한 키워드는 ‘스포츠 세단’이었다. 작은 차체에 3.3 터보 엔진을 품다보니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한 모델로 입소문을 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7초에 불과해 많은 이들의 질주본능을 자극했다.
G70가 시장에 안착한 이후 이 차를 설명하고 있는 단어는 ‘품격’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가 따라잡기 힘든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갖췄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본 제네시스 G70는 럭셔리 감성을 갖춘 ‘야생마’였다.
G70 3.3 터보 모델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685mm, 전폭 1850mm, 전고 1400mm, 축거 2835mm다. 아반떼와 쏘나타의 중간 정도라고 상상하면 된다. 스포츠 세단이라 전고가 낮아 쿠페 느낌이 강하다. 아반떼보다 축간 거리가 135mm나 길다보니 실내 거주공간은 더욱 여유롭다. 전장 차이는 65mm 정도다.
전체적인 외관 이미지는 G80, G90의 인상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 대신 중후한 매력보다는 젊은 감각이 많이 강조된 듯하다. 상위 모델들과 패밀리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렵한 눈매가 차량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측면 라인부터 후면부까지 곳곳에 입체감이 강조됐다.
실내 소재가 고급스럽다. 대시보드 등에 적용된 우드 재질이나 가죽 시트 질감 등이 동급 최고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의 질감은 G90의 그것은 연상시킬 정도다. 럭셔리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수입차들도 가격을 감안하면 감히 따라오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 정도 가격대에 럭셔리 브랜드 소형차들은 실내 소재 경쟁을 쏘나타와 펼치는 게 맞다. G70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6기통의 GDi 엔진은 60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1300~4500rpm에서 52.0kg·m를 보여준다. 달리기 성능은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다. 패들시프트를 적당히 활용하면 국산차에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 추월 가속 능력에 모자람이 없다. 페달을 밟을 때 차체가 튕겨져나가는 맛이 매력적이다.
고속 주행 중 안전감이 상당하다. 차체가 무겁지 않지만 작은 차 특유의 ‘날리는 맛’이 없어 만족스러웠다.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역동적인 엔진음을 합성해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제네시스가 자랑하는 8단 자동변속기는 적당히 치고 빠지며 운전자를 편안하게 해준다. 현대차그룹 내 후륜 기반 차량의 주행 감각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높은 연료 효율성을 보여주는 차는 아니다. AWD 19인치 기준 8.6km/ℓ의 공인복합연비를 기록했다. 에코모드로 주행할 때는 정속에서 11~12km/ℓ 가량까지 실연비가 올랐다. 다만 달리는 능력에 집중해 급가속 등을 계속하다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효율성을 보여준다. 연비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2.0 터보 모델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해외 시장에서는 연이어 최고의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제네시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차다. 제대로 질주할 줄 알지만 고급스러운 감성도 놓치지 않은 차라는 총평이다. 제네시스 G70 3.3T의 가격은 4511만~5473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