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도 산불 현장 가까이 다가갔다"...모바일 기상관측차량, 재해기상 관측의 첨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5.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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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불 현장 [사진제공=기상청]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강원도 지역 강풍이 지난 4월 4일 강원도 산불을 키웠다고 하지만, 한달여 지나 찾은 피해 현장은 바람 한점 느낄 수 없는 맑은 날씨였다.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에 있던 물류창고는 당시 산불에 타고 무너져 우그러진 모습 그대로 남았다. 아랫 둥치만 검게 타고 윗부분은 멀쩡한 소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정도균 강원지방기상청 주무관은 "나무 특성상 활엽수는 죽지 않았다. 솔가루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침엽수라도 밑부분만 탄 것은 초속 20m/s 강한 바람이 지나가며 불을 옮긴 탓이다. 옆으로 세게 부는 바람이 불이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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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미시령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사진제공=기상청]

◇강풍 등 재해기상 빈발하는 강원지역 ‘재해기상연구센터’ 개소

강원지역은 강풍으로 인한 대형산불뿐만 아니라 태풍과 적설, 집중호우 등 재해기상이 빈발하는 곳이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산악기상과 해륙풍 등 지형과 환경 영향으로 국지기상변화가 매우 심하다"며 "태풍과 대설, 호우, 강풍, 산사태, 풍랑 등 재해기상이 다양하고 빈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도 지역 날씨 이슈만 해도, 2월 강원 영동지역 가뭄과 5월 17일 홍천 일강수량 158.5mm를 기록한 집중호우가 있었고 역대 최고기온인 41.0℃를 기록한 것도 홍천이다. 8월 5∼6일 강릉에는 11시간 최다강수량 93.0mm로 태풍 ‘루사’ 이후 역대 2위 폭우가 내렸다.

특히 산불을 크게 키운 강원영동 강풍은 남고북저형 기압배치로 인해 동서간 기압경도력(기압 차이의 급격한 정도)이 더욱 강화돼 발생한다. 여기에 산악지형이 공기 흐름 장애물 역할을 해 파동을 더욱 강화한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산 정상 부근에는 대기 안정층과의 거리가 평지보다 가까워져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가 더욱 좁아지고, 이로 인해 바람이 더욱 강하게 통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은 2010년 11월 강원도 강릉시에 ‘재해기상연구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센터는 강릉원주대학교 캠퍼스에 입주해 있다. 재해기상연구센터는 재해기상 집중관측과 예측성 향상에 관한 연구를 하는 임무를 맡았다. 특히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활용해 추적·목표관측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재해현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서 관측할 수 있다"며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관측자료로 국지적 현상에 대한 예측성이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재해기상현상의 국지성과 돌발성에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해 재해기상 감시·추적 관측을 하고, 발생·발달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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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 연구원이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 앞에서 라디오 존데를 매단 풍선을 띄우기 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상청]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재해기상 관측의 첨병

이처럼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재해기상 관측에 톡톡한 역할을 하는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현재 우리나라에 네 대 있다. ‘모브(MOVE)1’과 ‘MOVE2’는은 2012년 12월 도입됐다. 자동차에 관측장비를 달아 기온과 습도, 기압, 풍향, 풍속, 위도, 경도, 고도 등을 관측하도록 만들어졌다. ‘MOVE3’는 2013년, ‘MOVE4’는 2016년 도입됐다. 노면온도까지 추가로 관측해 실생활에 더욱 밀접한 정보를 제공한다. MOVE1과 MOVE3은 강원과 중부지역 관측에 주로 쓰인다. MOVE2는 광주청에, MOVE4는 부산청에 배치됐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특수제작한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에는 이동기반 고층관측을 위한 차량 탑재 프레임이 설계돼 있다. 트렁크를 열면 차량용 압력 용기 적재 장치가 있어 헬륨가스 통 3개를 실을 수 있게 돼 있다. 헬륨을 채운 풍선에 관측을 위한 ‘라디오존데’를 매달아 띄워 지상으로부터 35km까지 올린다. 기상상태를 고도 별 실시간 관측하고 풍선이 터진 뒤에는 낙하산이 펼쳐져 하강하는 동안의 관측자료까지 받아본다. 김선정 재해기상연구센터 연구원은 "헬륨가스 한통으로 두 번 띄울 수 있고 3시간 간격에 한 번씩 띄울 수 있다. 매일매일 고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특수 목적이 있을 때 띄운다. 한번 나갈 때마다 6번까지 라디오존데를 띄울 수 있고, 더 필요하면 다른 차량을 통해 헬륨을 공급 받아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관측자료는 종합기상정보시스템(COMIS)와 협업메신저 등에 전송돼 기상예보 현업에 활용된다. 김 연구원은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은 지난 4월 산불 발생 당시 동해안산불방지센터와 협업해 현장 최전방 기상관측을 했고, 지난해 평창동게올림픽 등 국가행사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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